울산KTX역세권 2단계 사업을 KCC 측이 환지 방식으로 요구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당시 울산시장이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울산도시공사 측은 줄곧 'KCC가 2500억원에 달하는 공장 이전비용을 요구해 울산시와 도시공사에서 KCC 측에 먼저 환지방식의 공동개발을 제안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하지만 이를 180도 뒤집는 증언이 나오면서 특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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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최근 "KCC 측에서 환지로 요구했던 것 같다"면서 "왜냐하면 도시개발사업이 토지 소유주 동의가 있어야 사업시행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CBS노컷뉴스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래서 그런 걸 협의를 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KCC가 과도한 이전 보상비를 요구해와 사업을 진행시키기 위해 시와 공사에서 KCC에 수용·사용이 아닌 환지 방식을 먼저 제안했다고 했던 기존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실제로 공사는 먼저 환지방식 사업을 제안하면서 관련 공문을 KCC에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KCC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을 띠면 특혜 시비가 일 수밖에 없어 이를 회피하기 위한 '연막 작전'일 것이란 의구심이 나온다.
도시공사 문건에는 KCC가 2500억 원의 보상비를 요구하면서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나와있지만, 해당 문건은 양측 모두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앞서 확인된 바 있다.
울산KTX역세권 개발 1단계 사업에서 일반 지주들은 땅이 수용돼 현금 보상을 받은 반면, KCC만 공장부지(6만 7천㎡)를 내주고 주상복합을 지을수 있는 3만㎡의 부지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환지로 다 받지 못한 일부는 현금으로 챙겼다.
울산KTX역세권 사업은 전체사업 부지에서 KCC 공장부지가 있는 2단계 사업부지를 별로도 떼내면서 특혜 가능성이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지난 2010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강길부 울산시장 예비후보 측은 "KTX역세권을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개발하기로 하고 1단계를 먼저 보상했다"며 "이 때문에 2단계 사업지구의 땅값 상승효과가 발생해 이 안에 있는 KCC에 1천억원대의 특혜를 주는 결과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울산시 측은 "KTX 역세권 2단계 사업지구의 보상도 1단계보다 터무니 없이 높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울산시의 해명과 달리 김 대표가 울산시장이던 시절 공장 부지가 2단계 사업에 포함된 대신 KCC는 감정가로 636억 원 하는 주상복합 용지를 받았다.
이 환지를 주변시세로 환산한 금액과 별로도 KCC가 받은 금전청산 현금(75억)과 합하면 1755억원이나 된다. 개발이 본격 진행되기 전인 2014년 타당성조사에 KCC 공장부지 감정가는 306억원으로 적혀있다.
당시 KCC 공장부지가 상업용지로 바뀌고 이 땅을 KCC가 개발해 분양 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되자, 울산도시공사 측은 "KCC가 부지개발 사업권을 가진다는 것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결국 KCC는 환지로 받은 땅에 주상복합을 짓기로 했다. 특혜 의혹에 대해 울산시와 도시공사는 선을 그었지만, 의혹은 모두 현실화된 셈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김 대표가 울산시장에 취임한 2014년 이후 빠르게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와 당 대변인 등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거나 "아는 바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KCC 측은 "개발 방식은 사업시행사(울산도시공사)의 고유 결정 권한이고 당시 언론보도나 시의회 회의 내용을 봐도 공사에서 결정했다는 점은 알려진 사실"이라고 답했다. 환지방식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감사원이 지자체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는만큼, 울산KTX역세권 사업을 놓고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특정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돼 특정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해당 금액 상당만큼 지자체가 손해를 입었다면 명백한 업무상배임"이라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이어 "검찰과 감사원은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을 상대로 엄격한 수사·감사를 진행해왔던 그 잣대로 여당 지자체장 재임 중 개발사업 건도 철저히 검증해 공정하고 엄중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