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여성청소년의 생리용품을 보편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올해 9개 시·군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반쪽 짜리로 전락하고 있다.
불참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청소년들은 보편 지원 대신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원을 받게돼 '낙인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생리용품 지원사업…수원·용인·고양 등 불참
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1년부터 도내에 거주하는 만 11~18세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지원하는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원특례시·용인특례시·고양특례시·성남시·부천시·남양주시·안양시·파주시·오산시 등 9개 시·군은 불참하기로 했다.
해당 사업의 매칭비율은 도비 30%, 시·군비 70%로 불참을 결정한 9개 시·군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참여를 꺼려하고 있다.
용인시와 수원시의 경우 보편지원을 위해서는 각각 51억원(도비 제외), 48억원(도비 제외)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인구 100만 이하의 시·군도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10~4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수원시 관계자는 "도비 부담이 30%밖에 되지 않아 지자체의 부담이 크다"며 "보편 지원을 요구하는 민원이 종종 들어오지만, 재정 부담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구 100만에 가까운 대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한 화성시는 64억원이라는 재정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생리용품을 보편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 들지만, 시민들을 위한 사업이라는 판단에 참여했다"고 했다.
보편 지원 대신 선별 지원…'낙인 효과' 우려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사업'에 불참한 시·군은 대신 정부가 추진하는 선별 지원에 참여한다.
앞서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7년 '깔창 생리대' 사건을 계기로 여성청소년 생리대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상은 전국에 거주하는 만 9~24세 여성청소년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정 등 저소득층 등이다.
국·도·시비 비율은 각각 50%, 25%, 25%로 경기도형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사업'에 비해 비율이 적을 뿐 아니라 대상도 줄어 기초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형 생리용품 지원에 불참한 지자체는 정부의 생리용품 지원을 선택했다.
다만 대상이 민감한 시기의 여성청소년인 만큼 선별 지원으로 인한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참교육학부모회 염은정 경기지부장은 "선별 지원을 받는 아이들은 자신이 생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돈이 없어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름도 모르는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예산을 절약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겪게 될 정서적 학대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앙대학교 최영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여성청소년의 정신·신체 건강을 고려했을 때 생리용품 지원 사업은 선별보다는 보편으로 가는 것이 더 적절하다"며 "다만 보편 지원을 위해서는 과거 무상급식을 시행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합의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