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스쿨존에서 대형 화물이 비탈길을 굴러 내려와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나자 비슷한 상황의 부산지역 다른 학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수년 전부터 위험하다는 지적이 잇따른 대남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9일 오전 부산 남구 대남초등학교 진입로 앞 황령대로. 학생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내리는 '어린이 승하차' 지점 옆으로 출근길에 나선 차량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서 있다.
바로 옆 주유소에서 빠져나온 차량들이 대로로 합류하려 하자 초등학교 진입로는 금세 가로막혔다. 여기에 더해 유턴 신호를 받은 덤프트럭과 시내버스까지 합세하자 스쿨버스 승하차 지점 앞 도로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학생들이 매일 걸어 다니는 학교 통학로로 발길을 돌리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펼쳐졌다. 학교 정문까지 150m 남짓인 통학로는 경사도가 마치 등산로를 방불케 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통학로 곳곳에는 '내리막길 안전하게 걸어요', '스마트폰 보지 말고 걸어요' 등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는 펜스는 높이 90cm 정도의 일반형으로 보행자를 보호하기에는 강도가 매우 약해 보였고, 밑단이 부서져 기둥이 기울어진 채로 방치된 펜스도 한두 군데 보였다.
교문 앞에서 통학을 지도하던 학교 관계자는 "경사가 심해 1학년은 담임 선생님이 하굣길에 동행해 내려가기도 한다"며 "학생들이 최근 정규 수업 전에 '0교시 아침 운동'을 하는데, 이 학교는 등교하는 것 자체가 운동이라 학생들은 아침 운동을 두 번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통학로 안전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초등학생들이 통학을 위해 왕복 8차선 도로를 건너야 하는 문제는 부산시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해 통학버스가 다니는 것으로 해결했다. 경사로는 남구청이 2020년부터 미끄럼 방지 포장과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단속 카메라 설치 등 안전시설을 보완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들이 경사로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빈번한 데다, U턴하는 차량과 주유소에서 나오는 차량으로 뒤섞인 진입로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도 여전해 매일 아침이 불안함의 연속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니는 이모(30대·여)씨는 "혹시나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대에 통학버스 하차지점 근처에서 사고가 나서 차량이 인도를 덮치진 않을지 너무 불안하다"며 "경사로도 아이들이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고 긁히는 사고는 벌써 듣고 본 것만 여러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영도 사고를 보니 이 학교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고가 난 영도 통학로도 여기처럼 심한 경사로인데 안전 펜스도 있었고, 안전 인력도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통학로 주변에 공장이 있는 것도, 학부모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온 것도 모두 똑같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대안으로 안전 펜스 보완, 출근 시간대 경찰관 교통 지도, 통학버스 승하차 지점 변경 등과 함께 '워킹스쿨버스'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워킹스쿨버스란 교통안전지도사가 학생들과 학교까지 동행하며 등·하교를 돕는 제도로, 부산에서는 현재 5개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통학버스 승하차 지점 변경엔 난색을 나타냈지만, 워킹스쿨버스 도입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버스 하차를 학교 안에서 하는 방안도 검토해봤으나, 학교 내부에서 회차하는 공간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출구 확보도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또 도보로 통학하는 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 측면도 있어 버스 하차지점 변경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워킹스쿨버스는 학부모 요구가 있는 상황인 만큼 학교 측과 소통해 전향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구간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상황에 맞게 경찰관을 수시 배치하고 있다. 다만 상시 배치는 인력 여건상 쉽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남구청 관계자는 "현재 펜스는 설치돼 있으나 안전강도등급(SB)을 받은 차량용 펜스는 아니다. 이 부분은 대남초뿐만 아니라 다른 경사로에 있는 학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인 실정"이라며 "현재 부산시가 전반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기준 등이 통일성 있게 나온 뒤에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