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태영호 결론 못낸 윤리위…'징계딜레마'에 자진사퇴 유도

윤리위, 다섯시간 회의 끝 결론 못 내고 10일 최종 징계수위 결정
중징계 시 최고위 파행 운영, 경징계 시 솜방망이 비판 '딜레마'
자진사퇴 '정치적 해법' 언급에…김재원‧태영호는 선 그어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8일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표면적으로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지만, 어떤 징계를 내리든 당에 부담이 되는 딜레마 상황에서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리위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한 오는 10일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이다.
 
윤리위는 8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약 5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결론을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두 최고위원이 두 시간 가까이 본인들 입장을 소명했고 징계사유에 대해 논의했다"며 "사실관계 확인 과정을 위해 이틀 정도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종 징계수위가 논의될 다음 회의 날짜는 오는 10일 오후 6시다.
 
황 위원장은 사실관계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다"면서도 "사실관계를 확정하지 않으면 징계사유와 수위를 정하는데 애로가 있기 때문에 참고 서류를 낸다거나 관련자 진술서를 낸다거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명자료를 첨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리위 고민이 길어지는 이유에는 두 최고위원에 어떤 징계를 내리든 당 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 상황이 있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최장 3년) △탈당 권유 △제명 등으로 나뉘는데, 경고 이하의 경징계에 그칠 경우 '솜방망이'라는 비판 여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의원 전원이 호남 방문 등 중도층 포섭 행보에 나서는 데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돈봉투 의혹'과 '코인 논란'에 휩싸인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국민의힘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두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선출직 최고위원의 절반이 공석이 되면서 최고위원회의 일시적인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두 사람이 탈당권유나 제명 등의 징계를 받을 경우 최고위원석은 '궐위' 상태가 돼 전국위원회에서 새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당원권 정지 결정이 나올 경우 '사고' 상태로 분류돼 공석으로 최고위가 운영되게 된다. 중징계 이후 두 사람이 징계에 불복할 경우 또 다른 내홍이 예상되는 점도 변수다.
 
당내에서 언급되는 시나리오는 두 최고위원이 자진사퇴 후 징계 수위를 낮추는 '정치적 해법'의 가능성이다. 이날 황 위원장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양형에 반영하는가'라는 질문에 "예상할 수 없어서 답변하기 어렵지만 만약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 그에 따른 징계 수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와 같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 윤리위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 사이 사퇴를 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면 징계 수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 사람이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어 실제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며 '무언의 압박'을 했지만, 두 사람은 제기된 의혹에 대한 소명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김 최고위원은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진 사퇴 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누구한테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태 최고위원도 "자진 사퇴 입장이었다면 윤리위에 오기 전에 밝혔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뤄진 결정이 당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입장에서는 최고위원 논란을 이틀 더 끌고 가게 된 것"이라며 "10일은 대통령 취임 1주년인데 일찍 결론을 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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