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2시 반,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에스파의 세 번째 미니앨범 '마이 월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MC는 '천재이승국'이 맡았다. 2020년 11월 데뷔한 에스파가 앨범 발매와 관련해 취재진을 직접 만나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에스파는 타이틀곡 '스파이시'(Spicy)의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최초 공개했고, 올해 2월 열린 단독 콘서트에서 선공개한 수록곡 '솔티 & 스위트'(Salty & Sweet) '서스티'(Thirsty) '아임 언해피'(I'm Unhappy)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선보였다. 이 세 곡은 컴백 전 홍보 과정에서 차례로 트랙 비디오(뮤직비디오보다는 짧지만 곡의 분위기에 맞춘 콘셉트나 이야기를 담은 영상)가 공개된 곡이기도 하다.
앨범명 '마이 월드'와 첫 번째 트랙 '웰컴 투 마이 월드'(Welcome To MY World)에서 알 수 있듯, 에스파 미니 3집은 한층 확장된 에스파의 새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앨범이다. 윈터는 "(그동안은) 광야에 가서 블랙맘바를 무찌르는 스토리를 많이 담았는데, 이번 '마이 월드'라는 미니앨범에서는 리얼 월드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스토리를 담아봤다"라고 소개했다.
'스파이시'는 멤버들의 의견을 반영해 선정된 타이틀곡이다. 카리나는 "(처음 들은 건) 사실 좀 예전이었다. 이번에 '스파이시 그런 곡 있지 않았어요?' 했는데, 한번 듣고 기억에 남을 만큼 너무 좋은 곡이었다. 저희가 다시 하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소리를 들으면 아시겠지만 되게 여름여름한 곡이다. 퍼포먼스가 잘 나오면 우리와 잘 어울리는 노래가 되겠다, '리얼 월드' 온 시점에 여름 분위기와 찰떡인 노래라고 생각해 선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닝닝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스파이시'를 꼽으며 "이때까지 저희가 안 해 봤던 타이틀곡 느낌이다. 이번에 처음 해 보는, 처음 보는 에스파의 느낌"이라고 밝혔다. 지젤도 "에스파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말했다.
'광야' '포스' '블랙맘바' '나이비스' 등이 세계관 관련 단어 없이 치명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에스파의 매력을 강조하는 가사, 비교적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스파이시'는 이전 에스파 타이틀곡과 결을 달리한다. 앞으로 좀 더 대중적인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신호로 이해해도 되는 것일까.
이에 닝닝은 "제가 생각했을 때 뭔가 에스파는 양면성 있는 그룹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때까지 좀 더 전투적인 노래도 많이 했고, 이번에 처음으로 여름에 맞는 뭔가 귀여운, 대중적인 노래를 했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노래를 시도하려고 한다. 뭔가 시도하는 것, 너무 좋고 두렵지 않다"라고 답했다.
뮤직비디오에도 에스파의 활달하고 통통 튀는 모습이 풍부하게 담겼다. 카리나는 "저희가 그동안 광야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이번에는) 저희 나이에 맞게 하이틴으로 갔다. 캠퍼스에 있는 듯한 착장(옷)을 메인 착으로 해서 좀 더 영(young)한,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저희도 되게 놀면서 촬영해서 즐거웠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저희 하면 세계관이 빠질 수 없지 않나. 이상 현상이 들어감으로써 세계관을 이어가는 부분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카리나는 "AI와 춤도 춰 보고 뮤직비디오도 찍어봤는데 음반(내는 건)은 처음이다. 그건 생각보다 잘 나왔다. (음성이) 되게 지지직거리거나 약간 뚝딱 이럴 줄 알았는데 그냥 저희 멤버, 하나의 멤버처럼 스무스하게 섞여 들어서 놀랐던 것 같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젤도 "나이비스와 호흡은 되게 스무스하게 맞췄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에스파는 '스파이시'뿐 아니라 이번 앨범을 향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멤버들은 수록곡에 맞는 트랙 비디오를 찍자는 의사를 강력하게 타진했다. 카리나는 '솔티 & 스위트'에 관해 "단짠(달고 짠)의 매력이 있다. 먹을 때도 되게 매력적이지 않나. 묘약 같은 매력으로 상대를 매료하겠다는 내용"이라며 "노래가 중독성 있다고 생각하고, 저희도 이 노래로 활동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아임 언해피'를 두고 윈터는 "가상과 현실의 나 자신에 대해서 푼 얘기다. 저희 에스파 팀 자체가 가상현실, AI 이런 게 되게 익숙하다 보니까 이런 콘셉트에 몰입하기 좀 더 쉬웠던 것 같다. 저희가 개인적으로 가사를 되게 좋아한다. 수정 녹음도 되게 많이 했다. 기자님들도 가사를 잘 집중해서 들으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아직 신인으로 볼 수 있는 에스파가 10개월이라는 긴 공백기를 보내는 동안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대주주가 거듭 바뀌는 등 다사다난했다. 이런 회사의 사정이 에스파의 활동에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 윈터는 "새롭게 실행한 본부제는 저희한테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기보다는, 좀 더 저희한테 집중할 수 있는 팀이 있는 느낌"이라며 "팬분들이 많이 오해하거나 혼란스러워할까 봐 걱정했다. 저희는 똑같다. 그냥 항상 생각하는 건 '다음'이다. 어떻게 발전할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묻자, 카리나는 "기다려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앨범 준비할 때 저희는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이번에 열정도 많고 자신도 많아서 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앨범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윈터도 "저희가 어둡고 심오한 이야기만 담다가 이렇게 신나는 곡을 한다. 저희가 사실 한이 많이 맺혀있다. (이번 곡으로) 정말 한껏 한을 푸는 거다. 무대에서 한이 풀릴 때까지 노는 게 목표다. 올 한해, 아니 평생 '스파이시'로 에스파와 함께 여름을 뜨겁게 보내셨으면 한다"라고 강조해 폭소를 유발했다.
올해 처음으로 투어를 시작한 에스파는 오는 8월 5~6일 이틀 동안 일본 도쿄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지난 2월 콘서트에서 최초 공개한 멤버 솔로곡 발매 여부에 관해 카리나는 재치 넘치는 답변으로 좌중을 폭소케 했다. "발매가 왜 안 됐냐면요! 이건 나중에 정규를 준비할 때 실릴 수도 있고… 회사와 원활한 합의 후에 (정규에) 실리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아니, 실린다고 써 주세요. (웃음) 실립니다! (웃음) 질문 감사합니다!"
선주문량만 180만 장에 달해 4세대 걸그룹으로 최고 기록을 세운 에스파의 미니 3집 '마이 월드'는 오늘(8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