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경보 주내 하향…'유급휴가' 등 지원 달라지나

WHO "비상사태 해제"…위기단계 '심각'→'경계' 하향 수순
확진자 격리 닷새로 줄지만…1단계선 검사·치료 등 현행 유지
제한적 생활지원·유급휴가 지원도 당분간 지속…"국민 부담 완화"

연합뉴스

길었던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를 선언하면서, 국내에서도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는 '엔데믹화'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우선 방역당국은 올 3월 내놓은 로드맵에 따라, 코로나19의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내릴 계획이다. 2020년 2월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됐던 위기단계가 조정되는 것은 약 3년 2개월여 만이다. 이와 동시에 일상회복 1단계가 시작되면 확진자 격리기간은 닷새로 줄지만, 백신·치료제 및 '유급휴가' 지원은 당분간 이어진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르면 9일 위기경보 단계 하향 결정을 위한 위기평가회의를 소집한다. 정부의 방역정책을 자문하는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는 전날 17차 회의에서 해당 방안과 방역조치 전환 등을 논의했다.
 
감염병자문위 정기석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WHO의 비상사태) 해제 선언은 코로나19 유행 감소와 안정적인 대응체계 구축, 높은 수준의 인구 면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이는 코로나19가 국내 방역상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현저히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최고 수준의 비상체계를 유지했고, 국민의 적극적 방역 참여와 방역 종사자의 헌신적 희생으로 지난 3년여 간 코로나19를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하도록 전환하고, 온전한 삶에 다가가는 계획을 시행해야 할 시기"라고 부연했다.
 
앞서 지영미 질병청장도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 직후인 지난 6일 "이번 긴급위 결과와 국내·외 유행상황, 국내 방역·의료대응 역량, 주요국 정책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국내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조정방안을 신속히 확정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위기단계는 이번 주 내 '경계'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오는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열릴 경우, 조규홍 복지장관(중대본 1차장)이 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대본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11일 이후 결정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과거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해제 등 파급력이 큰 안건은 보통 총리가 주재하는 중대본 회의에서 결론이 난 선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국이 지난 3월 29일 발표한 3단계 로드맵에 따르면, 조정 1단계에서는 확진자 격리기간이 현행 7일에서 5일로 단축된다. 전파 차단을 위한 격리의무 자체는 살아있는 셈이다. 정부는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인플루엔자(계절독감)와 같은 4급으로 내려간 후인 2단계에서 확진자 격리를 '권고'로 돌릴 계획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입국 후 3일차에 권고되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는 종료되며, 지자체별로 운영 중인 임시선별검사소도 완전히 문을 닫는다. 매일 0시 기준으로 발표되는 신규 확진자 통계도 주간 단위로 변경된다.
 
달라지는 방역조치 이상으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지금과 같은 정부의 지원체계가 유지되느냐'다. 독감에 걸렸다는 이유로 나라에서 지원금이 나오지 않듯, 코로나19의 진단·치료도 점진적 유료화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국민 부담 완화 차원에서 시간을 두고 지원체계를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일단 격리의무가 전면 해제되기까지 현재의 재택치료 지원체계는 유지된다. 정부는 재택치료의 핵심인 '원스톱 진료기관'의 코로나19 통합진료료, 의료상담센터의 야간·휴일 전화상담관리료 등을 건강보험으로 한시지원 중이다. 격리기간 내 입원치료비 중 본인부담금 지원도 현행대로 이뤄진다.
 
만 60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대한 무료 PCR과 감염취약시설 종사자·입소자 선제검사 등은 그대로 지원된다.
 
'치료제 3종'의 지원도 지속된다. 정부는 중증치료제인 '베클루리주'와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및 '라게브리오'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정부는 치명률 등 질병 위험이 더 확실히 안정화될 때까지 고위험군 집중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예방접종'도 이어진다.
 
확진자 중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한해 지급되고 있는 생활지원비, 종사자 30인 미만 기업들에 지원 중인 유급휴가비 또한 당분간 현 체계가 유지된다.
 
당국은 이외 코로나로 직격타를 맞은 저소득 자영업자·소규모 사업장 등에 대한 별도 지원책을 두고 "현재 관계부처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로드맵 가동으로 인한 현장 변화는 크지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옳지 않은' 정책들도 있고 정부가 이전처럼 확진자에 대한 여러 지원을 다 유지하면서 가기에는 곤란한 부분들이 있다"며 "이미 유급휴가가 적용되지 않는 직장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지금은 또다른 감염병 대유행을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게 급선무인데 이 부분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엄 교수는 "(위기조정) 로드맵은 어차피 수정·보완하며 방향을 잡아가는 '실행'의 문제"라며 "대유행 사이 '간기'인 지금, 다음 팬데믹을 준비하기 위한 노력이 아주 빠르게 진행돼야 하는데, 예산이나 인력 관련 협조가 잘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세부 분야별 단계별 시나리오. 방대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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