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도로 통과된 간호법을 두고 의료단체 간 갈등이 점점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째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간호법을 반대하는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지난 3일부터 대통령실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연대측은 오는 11일 2차 연가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법안을 반대하는 의료인들의 단식 투쟁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에 이어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도 단식 투쟁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 등 치협 임원진이 현재 릴레이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치협은 오는 11일 치과 의료기관 전체 하루 휴진할 예정이다.
파업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정부의 고심도 깊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이 의료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대통령실에 거부권 요구를 고심중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부권 건의 여부에 대해 "의료현장 갈등·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 생명·건강에 어떤 것이 더 합당할지 고민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간호법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후보가 간호협회를 방문했을 때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 정도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곡관리법에 이어 노란봉투법, 쌍특검법, 방송 3법 등 정부의 입장과 반대되는 법안이 줄줄이 대기중이어서 대통령실이 간호법 거부권 카드를 쉽사리 꺼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당에서는 간호법 중재안으로 재협상에 나선다는 '플랜B'도 고려중이다. 야당 주도의 간호법이 아닌, 여당이 제시한 중재안에 각 단체가 합의하면, 새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의협 등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물론 간호협회측도 동의를 해야 하는데, 간호협회측은 정부의 중재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다.
반대로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번에는 간호협회가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정부로서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집단행동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가지고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모두 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파업을 언급했다.
야당인 민주당도 중재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김성주 의원은 "민의힘의 잘못된 태도가 직역 간 갈등을 야기하고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국민의힘의 태도를 바꾸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