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참변을 당한 故 황예서(10) 양. 막내딸을 잃은 황 양의 가족은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을 보내게 됐다며 애끊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이날인 5일. 가족이 모여 즐거운 추억을 쌓아야 할 날이지만, 한순간에 사랑하는 딸을 허무하게 잃은 가족에게는 더없이 슬픈 날이다. 예서 양의 아버지는 CBS취재진을 만나 어린이날이 되자 더욱 커지는 그리움과 사고 이후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이후 거실에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던 예서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적막만 남았다. 처음으로 예서 없는 어린이날을 맞이한 아버지 황 씨는 "사실 어린이날이 다가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며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인데, 부모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며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황 씨는 "평소 같으면 '이'하고 웃은 예서의 모습이 좋아서 여행도 가고 선물도 준비했을 텐데, 지금은 아무 계획이 없다"며 "생일도 이번 달이라 평소 좋아하던 조립 장난감을 한 달 전부터 준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황 씨는 "주변 사람들이 기억하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안전펜스에 맞았다는 얘기가 나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고 싶어서 종일 CCTV를 구하러 다녔다"며 "새로 찾은 영상에서는 아이가 사고를 겪기 몇 분 전 등굣길 안전을 지도하는 할아버지께 밝게 인사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마냥 착했던 아이 모습이 생각나서 아내와 한참 울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날벼락 같은 현실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며, 벌써 아이의 빈자리가 그립다고 전했다. 황 씨는 함께 시간을 보낸 영상과 그동안 아이가 써준 편지, 공부한 흔적들, 태권도 사진을 보여주며 착하고 예뻤던 예서의 모습을 회고했다.
황 씨는 "모든 순간에 예서가 있다. 식사 전에 숟가락 건네주던 모습부터 음식이 입안에 들어가면 씹기도 전에 '최고로 맛있다'며 감탄하던 모습까지 생생하다"며 "나중에 효도하겠다고 쓴 편지도 아직 그대로고, 베란다에서 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화분 정리를 도왔던 기억도 눈에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황 씨는 막내딸을 한순간에 잃었지만, 더 이상 같은 사고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애써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황 씨는 "사고가 난 등굣길은 그동안 계속 위험이 제기됐던 곳이지만 별다른 안전 조치가 없었고, 결국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번에는 일회성 대책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철저하게 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