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아이유가 '드림'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영화가 가진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아이유가 본 '드림'은 단순히 집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마음을 기댈 곳 없는 이들이 마음 둘 곳을 향해 가는 것, 그것이 '드림'이 향하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드림'을 통해 '홈리스'를 향한 아이유의 시선 역시 바뀌었다. 아이유는 관객들 역시 '드림'을 보고 웃음만이 아니라 웃음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런 점에서 '드림'은 아이유에게 뜻깊은 작품이다. 시선의 변화는 물론 배움을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호흡'이라는 게 무엇인지 직접 경험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아이유가 걸어가고 싶은 다음 행선지는 조금 엉뚱했지만, 또 아이유이기에 어울릴 것 같았다. 이번 인터뷰는 아이유가 가보고 싶은 길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유의 시선을 바꾼 '드림'의 주제 의식
▷ 영화에서 박서준과 티격태격 티키타카 하는 모습이 정말 연기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진짜 이번 '드림' 촬영하면서 박서준씨랑 찍은 모든 신에서 서준씨에게 다 감탄한 기억밖에 없다. 나만 감독님의 디렉션에 대한 반응이 뒤처지는 거 같다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기도 한데, 서준씨가 너무 빨리 습득했다. 똑같이 현장에서 준비해 온 것과 다른 디렉션을 받았는데, 서준씨는 바로 오케이 받는 모습을 보면서 재치와 순발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너무 부럽기도 하고.
서준씨가 나보다 훨씬 어려운 신이 많았다. 몸도 많이 써야 하고 분량도 훨씬 많고. 그럴 때도 서준씨가 묵묵하게 현장을 지켰다. 나랑 사담을 많이 나눌 기회는 없었는데, 먼발치에서 보기에 그게 정말 멋지고 진짜 너무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다.
▷ '드림'에는 수많은 캐릭터가 나오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신스틸러는 누구인지 궁금하다.
두 분이 계신다. 범수 역 정승길 선배님과 사무장 황인국 역할의 허준석 선배님. 그 두 분이 나올 때 제일 많이 웃었다. 특히 범수 역할은 대본을 읽으면서도 정말 감독님의 애정이 다 담겨 있는 거 같다고 느꼈다. 서사도 있고, 사랑도 하고, 연적도 있고, 그러면서 코미디도 있다. 막 열정도 있고 멋있는 모습도 있고. 그래서 범수 역에 대한 기대가 크기도 했는데, 항상 현장에서 정 선배님이 너무너무 범수 그 자체로 보였다.
그리고 준석 선배님과는 워낙 이번 촬영하면서 친해지기도 했다. 준석 선배님 얼굴만 봐도 웃긴 상황이 됐다. 준석 선배님이 분량이 많진 않았지만, 나오는 신마다 계속 준석 선배님에게 눈길이 가더라. 계속 본인만의 뭔가를 하고 계신다. 워낙 감독님과 오래 여러 작품을 하셔서 대본에 나와 있지 않아도 그냥 알아서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그 모습도 참 인상적이고 배울 점 많다고 느꼈다.
▷ 홈리스로 나오는 인물 중 가장 사연에 공감 가는 인물은 누구였나?
제일 공감 갔던 역할은 역시 입체적인 캐릭터인 범수다. 범수에는 자기 이야기가 다 담겨 있다. '이 캐릭터를 응원 안 할 수 없지 않나?' '응원을 어떻게 안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영화를 찍으며 홈리스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 영화 전에는 홈리스 월드컵 자체를 몰랐다. 정말 좋은 취지의 이벤트다. 집이 없다는 건, 우리가 자가가 있냐 없냐 기준이 아니고 일이 끝나고 누울 곳이 없다는 것이다. 누울 곳이 매일매일 달라져야 한다는 것 자체가, 나를 보호해 주는 공간이 없다는 거에 대해 사실 생각해 본 적 없는 거 같다. 그런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고, 그런 사람들이 꿈을 갖는 영화다.
'드림'이라는 제목 자체가 너무 직설적인 거 같으면서도 이 외에 다른 제목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딱 맞아떨어진다. 내 몸 누일 곳도 없는 사람들이 갖는 꿈이란 것 자체가 이 영화에 딱 드러나는 주제 의식이다. 물론 소민과 홍대는 물리적으로 돌아가서 누울 곳은 있지만, 이들도 어디 하나 마음 두고 의지할 데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 이들이 마음 둘 곳 어딘가를 향해 간다는 게 '드림'의 주제다. 그런 점에서 지금 홈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주 다르다.
덜 착한 사람들의 덜 깊은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 '드림'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했는데, '드림' 출연 전과 후의 아이유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가장 크게 배운 거라고 하면 내가 준비한 걸 얼마나 빨리 버리느냐. 그건 정말 너무너무 큰 배움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지만 모든 현장에서 적용되는 거구나, 나만 몰랐던 거구나 하는 걸 배웠다. 호흡을 이렇게 맞춰야 하는 거구나 하는 걸 선배님들과 서준씨, 감독님을 통해서 많이 배웠다.
▷ '드림하이' 때 아이유와 '드림' 때 아이유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드림하이' 때 아이유는 진짜 3일 밤을 새워도 괜찮은 체력이었다. '드림' 때부터 서서히 조금씩 이틀, 하루 반, 이렇게 줄어든 거 같다.(웃음) 연기적인 부분으로 말하면, 호흡이라는 걸 배워가는 게 진짜 엄청 큰 거구나 싶다. 내 것만 준비하고 내 대사만 외워서 내가 준비한 거 '짠!' 보여주는 게 아니라는 걸 배운 게 가장 큰 차이다.
▷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브로커'도, '드림'도, 여러 주연이 호흡을 맞추는 멀티 캐스팅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거 같다. 드라마보다 영화 쪽에 그런 상황이 많은 거 같다. 드라마는 보통 '남녀 주인공' 이렇게 가는 작품 많으니까. 왜 그런지 몰라도 여러 명이 주연으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참 좋더라. 대본을 읽으면서도 그게 더 재밌는 거 같다. 주인공이 둘만 있을 때보다 여러 명이 있는 게 그리고 하나하나 캐릭터가 살아있을 때 대본을 읽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인가?
당연히 악역도 안 해봤으니 해보고 싶다. 덜 착한 사람들의 덜 깊은 사랑 이야기 같은 것도 재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 덜 착한 사람들의 덜 깊은 사랑 이야기란 어떤 이야기일까?
아무래도 덜 착하게 시작해도 주인공은 마지막에 착해진다. 사랑을 잘 모르게 시작해도 사랑을 알고 끝나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둘 다 착하지 않은 거다. 그리고 사랑 말고 더 중요한 다른 게 있다. 어떻게 적당히 사랑하다가 결국에는 배신하는 거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 딱히 상처받지 않고, 오케이 하면서 끝나는, 그런 작품이 있으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 이해해. 조금 상처지만 나도 여전히 그런 사람이니까" 그렇게 서로 배신하며 헤어지는 거다. 사랑 말고 더 중요한 게 있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그걸 이해해 주는 것까지 봤을 때, 관념적으로 그게 더 대단한 사랑일 수도 있다. 어느 한쪽도 상대를 선택하지 않고 배신하면 재밌을 거 같아서, 기회가 되면 어떤 작가님께 제안해 볼까 한다.
▷ 마지막으로 예비 관객들을 위해 '드림'을 보다 재밌게 볼 수 있는 팁을 알려 달라.
감독님께서 워낙 코미디로 대박 난 작품이 많다 보니, 정말 웃긴 것만 생각하고 오시는 분이 많을 거 같다. 그런데 덤처럼 감동이 있다. 거기에 사람들의 성장이 있고 진심이 있다. 나중에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사실 웃음보다 메시지가 더 중요한 영화였다는 걸 알게 되실 거다. 그래서 배신감이 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다른 걸 기대하고 왔지만 "응? 더 좋은 걸 얻어가네?" 그렇게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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