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 배민라이더들에게 보내는 '픽업 알림'이 도리어 위험운전을 조장하고 있다.
배민라이더들이 받는 '픽업 알림'은 '5분 후 AI추천배차로 추천받으신 배차가 만료됩니다. 현재 이 배달을 진행하고 계신가요?'와 같은 내용이다. 배민라이더가 배차 받은 배달 물량을 제대로 받으러 가는지 배달의민족이 확인하는 절차다.
문제는 라이더들이 음식이나 물건을 가지러 운행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픽업 알림이 울린다는 점이다. 5분 안에 이 알림에 답하지 않으면 기껏 잡은 '콜'(주문)이 취소될 수 있다. 라이더들로서는 일단 픽업 알림이 울리기 시작하면 최대한 빨리 핸드폰을 조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라이더들은 특히 운행 중에 알림이 울리면 급하게 멈춰야 해서 더욱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지역에서 5년간 라이더로 일한 최무용(49)씨는 "배달의민족은 음식 조리나 포장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음식을) 언제 배달하느냐고 재촉 문자를 보내온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퇴근 시간에 물건을 받으러 가면 교통이 혼잡해서 시간이 다소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태에서 '너 이거 언제쯤 픽업할 수 있냐'. '몇 분 내에 픽업 안하면 콜 취소한다' 이런 식으로 문자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흔히 네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보고 운전하는 라이더들이 픽업 알림을 확인하려면 3~4번 정도 핸드폰 화면을 터치해야 한다. 그만큼 운전에 집중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급제동을 하거나, 도로 상황이 위험하더라도 갓길에 오토바이를 세워야 한다.
라이더들은 "운행 중에 (알림을) 볼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또 발송되고 계속 깜빡깜빡하니까 결국 운행에 방해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베테랑' 라이더가 아닌 '초보' 라이더들에게 알림은 더욱 위험하다.
경기 지역에서 라이더로 일한 지 3년이 된 소모씨는 "베테랑이 아니라 '초짜' 라이더는 긴장을 하게 된다"며 "운전도 하면서 알림 메시지도 읽어야하고, 지금 콜이 취소가 된 것인지 아닌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런 문자를 받으면 당연히 더 조급해지고 (초보 라이더들은) 심장이 콩닥콩닥 막 뛴다"며 "단건 배달을 하는데도 이런 알림까지 보내면 '신호 위반하고 빨리 수행하라'는 말밖에 더 되나. (알림을 받으면 )급하게 배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라이더들은 실제로 이같은 알림 때문에 주변에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소씨는 "(픽업알림에 답하기 위해)그 터치 몇 번 하려다가 갑자기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잡아 사고가 난 라이더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의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최근 6개월 간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은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원인으로는 '촉박한 배달시간에 따른 무리한 운전'이 42.8%로 가장 많았다.
배달라이더 노동조합은 사고를 유발하는 배달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알고리즘은 노동환경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며 작동 방식 및 업무할당 기준 등 설계방식에 따라 사고 유발의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정보공개청구, 알고리즘 실험 등을 통해 배달플랫폼 알고리즘이 안전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차가 이뤄진 후에 15분 이상 지났을 때 라이더의 이상 여부 등 안전을 확인하려는 절차"라며 "응답 대기 시간 5분은 주행 중에 라이더가 응답할 수는 없으니 안전을 위해 정차를 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고려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