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청와대, 국민품으로'라는 구호아래 청와대가 일반에 개방된 지 1년이 됐습니다. 한 때 월 50만명을 넘어섰던 관람객은 많이 줄어든 상황인데요. 개방의 취지와 의미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관리에 문제는 없는지, 앞으로 청와대는 우리에게 어떤 공간으로 남게 될지. 권영철 대기자가 직접 구석구석 살펴보고 왔습니다. 어서오세요.
◆권영철> 안녕하십니까?
◇정다운> 요즘 청와대 관람객은 얼마나 되던가요?
◆권영철> 봄철이라 그런지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평일인데도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습니다. 다만 지난해 처음 개방했을 때와 비교하면 관람객이 많이 줄었습니다. 처음 개방한 지난해 5월에는 57만명 넘게 관람을 했습니다. 초기에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추첨을 해야 될 정도였는데 겨울이 되면서 10만명 초반대로 줄어듭니다. 올 봄 들어 다시 조금씩 늘면서 지금까지 대략 333만여명이 청와대를 다녀갔습니다. 매주 화요일은 관람이 없으니까 평균적으로 하루 만여명 정도가 다녀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정다운> 지난해와 달라진 게 있나요?
◇정다운> 왜 그런거죠?
◆권영철> 대통령실에서 행사에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 행사가 있으면 영빈관이나 상춘재는 통제됩니다. 2~3일에 한 번 꼴로 관람이 제한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중순에 청와대를 갔었는데 상춘재를 가까이 볼 수 없었습니다. 행사 준비로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정다운>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문제는 없었나요?
◆권영철>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죠? 당장 대통령 가족이 생활하던 관저에 관리소홀로 인한 문제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현장 영상을 보시면 목재 기둥이 검게 변색이 되고 있는 걸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권영철> 목재가 썩는 단계까지는 아닌 듯 보였습니다. 다만 저렇게 변색이 되는 이유는 관저 건물의 특성과 관리소홀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청와대 관저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입니다. 마감을 목재로 해서 외부에서는 목조건물로 보일 따름 인거죠,
고려대 건축학과 류성룡 교수는 "현대생활에 맞게 건축을 하다보면 나무만 가지고 집을 지을 수가 없다. 겉은 나무지만 속은 나무가 아닌 게 들어있을 거다. 통풍이 안 되니까 습기가 차면 배어 나오게 되고 그래서 변색이 된다."고 했습니다.
◇정다운> 그럼 청와대 개방 때문에 이렇게 된 건가요?
◆권영철> 류성룡 교수 말이 "청와대 개방 이전부터 변색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하고요. 지난해 11월에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서 발간한 보고서에도 그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처음 개방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훼손이 조금 더 심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해 찍은 사진과 올해 짝은 사진을 비교해보면 훼손이 심해진 걸 알 수 있습니다.
◇정다운> 개방되면서 관리가 소홀해지긴 했나보네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청와대가 국유재산이긴 하지만 문화재도 아니고 공원도 아니고 위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 할 수 있는 예산이나 관리 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청와대 관리하는 쪽에 확인해보니 "안전사고나 청결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했습니다.
◇정다운> 청와대가 문화재가 아니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앞으로 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건 맞지만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본관과 영빈관은 역사성, 건축물, 사회성, 문화적 가치 등 대부분이 상급으로 평가되지만, 관저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 보고서에는 관저의 가치에 대해서 역사성 중급, 건축물로서의 가치도 중급, 예술성은 하급, 사회적 상징성은 상급, 문화적 가치는 중급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류성룡 교수는 사견임을 전제로 "관저는 문화재급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다운> 왜 그렇게 판단하는 건가요?
◆권영철> 관저가 1990년에 완공되었으니까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7명의 대통령 가족들이 생활한 곳입니다. 역사적 상징성은 분명히 있는 곳입니다.
다만 류 교수는 "본관이나 영빈관에 비하면 상징적인 측면뿐 아니라 건축물로서의 평가도 낮다"고 했습니다. 본관이나 영빈관은 당대 건축기술이 집약된 건축물로 디자인이나 디테일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겁니다.
조금 전문적인 의견이어서 전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류성룡 교수는 "관저가 '천하제일복지'라는 지형을 많이 깎아낸 상태, 그러니까 침범이 돼 있고, 그로 인해 원래 있던 시설들 예를 들면 오운각 등의 위치도 변경이 됐고, 물길도 돌려서 냈다"고 했습니다.
6공화국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도 "집무실과 거소 신축문제는 직접 관여하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궁궐식구조와 대통령이 비서관들과 소통이 무척 어렵도록 권위주의적 구조로 신축된 것은 나중에야 알았고, 크게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에는 대북정책, 북방정책, 복잡한 정치문제해결에 분망하다보니 청사 신축 문제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못했고 의견 개진을 할 기회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다운> 앞서 청와대 관람객이 많이 줄었다고 했는데, 이런 관리소홀과 볼거리 부실 등 문제 때문에 관람객이 줄어드는 걸까요?
◆권영철> 국회 상임위에서도 같은 질문이 나왔는데요. 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지난해 5월 청와대 개방 후 반짝 효과가 있었지만 올 1분기 월평균 방문객 수는 12만 수준으로 경복궁 관람객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왜 그런겁니까?"라고 질문하자,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지난 겨울에 청와대에 대한 계절적 요인이 있었고, 두 번째는 시각적인 관람위주이기 때문에 청와대 관람에 매력이 줄지 않았나 하는 판단하에…." 라고 답했습니다.
구중궁궐처럼 굳게 닫혔던 청와대가 개방됐으니까 처음에는 관람객이 폭발적이었지만 줄서서 주마간산 격으로 건물 외관과 내부를 둘러보는 정도다보니, 꼭 봐야겠다는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정다운> 청와대를 제대로 활용하거나 관리하는 방안은 아직 없나요?
◆권영철> 지난달 대통령실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이 보고서를 냈습니다. 청와대의 보존과 관리, 활용의 기본원칙을 '역사성과 상징성의 보존과 구현', '국가성장 중심지로서의 역할과 정체성 존중', '정체성과 품격에 맞는 지속가능한 콘텐츠 제공'으로 정했고요. 이걸 바탕으로 정부에서 청와대 활용과 관리, 보존에 대해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만 현장을 다녀보니 부족한 게 많았습니다. 청와대에는 외국인이나 어린 학생들도 많이 오는데 설명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해설사가 중간 중간 배치돼 있지만 여기는 인왕실입니다. 임명장을 주거나 행사를 하던 곳입니다. 이 정도의 안내가 전부입니다.
예를 들어 역대 대통령 사진만 봐도 그렇습니다. 어른들이야 이승만 대통령부터 알 수 있겠지만 대통령의 이름과 재임기간 정도는 설명이 있는 게 좋겠고요, 특히 영부인들의 집무실과 사진도 있는데 이름을 설명하는 안내판조차 없습니다.
본관 내부에 있는 전시돼 있는 자개장이나 목조 의자, 그림이나 시설물 등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되어있지 않고요. 청와대 경내에는 오래된 나무가 많습니다만 자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라는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그냥 보여주기, 심하게 평가하자면, 전리품 전시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정다운> 전리품 전시요?
◆권영철> 좀 과한 평가이긴 하겠습니다만, 여기가 대통령이 근무했던 곳이고, 여기가 대통령 가족들이 살던 곳이고, 그런 정도만 보여주는 거죠.
예를 들어,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는 본관과 비서동의 거리가 멀어서 여민1관 3층에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했고, 비서실장은 2층에, 안보실장은 바로 옆 건물에 있어서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본관은 행사용으로만 사용했고요, 그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본관1층과 2층은 관람객이 다닐 수 있는 관람로가 따로 있어서 줄을 서서 지나갑니다.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쉽지 않고요. 설명이나 안내도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문체부 장관 스스로 매력이 떨어진 걸로 판단한다고 했지 않겠습니까?
◇정다운> 청와대가 언제까지 국민에게 이렇게 열려있을지…. 혹시 다시 대통령이 집무하는 시설로 바뀔 가능성도 있나요?
◆권영철> 사실은 그게 궁금해서 전문가들에게 확인을 해봤습니다. 누구도 그럴 수 있다거나 그럴 수는 없다거나 자신 있게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는 게 워낙 급작스럽게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대통령이 선택하면 되는 건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답을 못하는 거겠죠?
다만 보안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전직 국정원장은 "지금 대통령실이 있는 국방부건물은 적절한 입지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군사안보적으로 위험도가 높다는 겁니다. 사방이 트인 벌판에 위치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청와대는 수십년간 방어시스템과 노하우가 갖춰진 곳이고, 외부접근이 용이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는 겁니다. 북한 무인기 사태만 봐도 위험도가 다르다는 거죠.
국방부가 있던 곳이어서 안전도가 높다는 주장도 있지만, 청와대에 있는 안전시설과는 비교하기 어렵다는 게 안보관련 부서에서 오래 재직한 전문가들의 평가였습니다.
다만,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처럼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그런 구조여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정다운> 여기까지 듣죠. 권영철 대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