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분신 사망' 규탄 집회…용산 향한 시민사회

4일 건설노조 5천명, 서울역 집결 후 용산 이동
'단결, 투쟁' 검은띠 두르고 "윤석열 물러가라" 외쳐
121개 시민·종교단체, 기자회견 열고 정부 규탄
"정부, 불법 대처 치중…구조 문제 소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분신해 숨진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 씨의 동료 노조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한강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정부규탄 총력투쟁 결의대회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앞두고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노동절 당일 분신해 결국 숨지면서 노정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4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분신해 숨진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50)씨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규탄하며 이날 오후 2시쯤 확대간부 상경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양씨의 동료였던 건설노조 강원지부 김현웅 사무국장은 발언에 나서며 "양회동 열사는 항상 자기를 소개할 때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양회동입니다'라고 했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노조로서 정당하게 교섭 요구하며 만나자고 해도 사측은 '시간 없다'며 바로 녹음기를 켜고 '협박하는 거냐' 했다. 건설노조 강원지부 1천 명 조합원 중 600여 명이 일자리가 없다. 일상적인 생계 위협을 같이 받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정권이 조합원을 위해서 뛰고 있다는 자부심마저 무참히 짓밟으며 양 동지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말았다"며 울음을 참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양회동 동지가 스스로 몸에 불붙인 다음날도 건설노동자는 구속됐고 그 다음날에도 건설노조 사무실과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멈추지 않았다"며 "건설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통해서 생존의 길 찾고, 건설현장을 안전하게 바꿨다. 건설노동자들이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서 살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윤석열 정권은 이를 불법, 비리, 폭력으로 매도하고 갈취범, 공갈범, 파렴치범으로 낙인 찍으며 양회동 동지를 죽였다"고 규탄했다.

이어 양 위원장은 "인내의 시간은 끝났다"며 "민주노총 110만 조합원과 함께 양회동 동지의 뜻을 지키기 위해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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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단결, 투쟁'이 적힌 검은색 천을 머리에 두르고 "열사 정신을 계승하자", "건설노조 다 죽이는 윤석열 정권 물러가라"고 외치며 용산구의 서울역에서 삼각지역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참여한 조합원은 주최 측 추산 약 5천 명이다.

민주노총 등 121개 시민사회종교단체도 이날 오후 1시쯤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고 양회동 3지대장의 죽음은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과 무차별한 노조 탄압이 원인"이라며 "정부는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유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건설노조를 '불법집단', '폭력집단'으로 여론몰이하면서, 100여 명의 조합원과 간부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압수수색과 강제연행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거침없이 진행된 건 건설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해석한 행태"라며 "일명 '오야지'라는 반장이 현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안전과 임금이 불안정했던 노동현장을 개혁하고, 민주적으로 발전시켜 온 건설노조의 노력과 역할을 부정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채용 강요 등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노동개혁'을 추진해 왔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가 불법이 일어난 건설현장의 구조적 원인 해결에는 소극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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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오는 10일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전국 단위노조 대표자가 모인 가운데 전면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노동절에 분신한 뒤 끝내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역 소속 양희동 지대장의 장례는 이날부터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진다.

앞서 유족들은 이날 아침 8시쯤 강원 속초 청오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고인의 유지에 따라 장례 절차를 노조에 위임하고, 노동조합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고인은 유서에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라고 남겼다. 양씨는 이날 오전 속초에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운구됐다.

이날 오후 12시쯤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양씨의 빈소에는 건설노조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모인 가운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은 오후 5시쯤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정의당과 진보당 소속 의원들도 조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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