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의 기하학적 순수 추상화가 전시장을 채운다. 황홀하고 감동 어린 색채의 향연이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기적 형태의 화면이 보는 시점에 따라 또 다른 생명력을 뿜어낸다.
그는 "이번 전시 출품작은 신비로운 물 속 생명체의 형태와 색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며 "연약한 이 생명체들이 언젠가는 사라질 존재처럼 느껴졌다.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가 보고 느끼고 상상하는, 발견되지 못하면 사라질 수 있는 물 속 생명체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원(圓) 형태 작품은 존재감으로써의 구(球)와 공허함으로써의 뚫림인 구멍(空)의 개념을 동시에 충족한다. 온전함과 불완전함, 움직임과 멈춤의 상반된 감성을 한꺼번에 품고 있다.
얀은 "작품 자체가 얼마나 많은 우주의 본질을 담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제 그림은 물질적인 세계를 가리키지만 구체적인 무언가를 포착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하고 그 본질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보려 노력하죠. 간혹 모양이 유동적이어서 생물학적 형태를 떠올리기도 하고 기하학적 형태들은 거시적인 우주를 떠올리기도 할 겁니다. 이는 변화하는 형태의 과정일 뿐이죠."
동서독 통일을 비롯한 유럽의 정치적 격변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얀은 몸소 체험한 시대적 변화의 감성을 작품으로 승화해 주목받았다. 10대 후반부터 당시 체코에서 볼 수 없었던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2006년 프라하 미술 아카데미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08년 트라포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트라포 갤러리는 뛰어난 예술가의 작품을 골라 연간 6회만 전시하는 예술공간으로 유명하다. 뉴욕, 마이애미, 런던, 파리, 상하이, 리우데자네이루 등 세계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