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성착취는 없던 일? 신동엽×다나카의 오판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과 개그맨 김경욱의 부캐 '다나카'. 넷플릭스, LG트윈스 제공
일본 성(性) 산업을 양지로 올린 콘텐츠들이 눈총을 받고 있다. 개그맨 김경욱의 일본 호스트 부캐(부 캐릭터) '다나카'부터 신동엽·성시경의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까지, 왜 이들 콘텐츠는 비판받는 걸까.

국내 대표 MC이자 개그맨 신동엽은 최근 '성+인물'에 출연했다가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현재 신동엽이 진행을 맡고 있는 SBS 교양프로그램 'TV 동물농장'(이하 '동물농장')과 tvN 예능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이하 '놀토')에서 하차 요구가 터져 나왔다. 함께 출연한 가수 성시경은 최근 KBS 2TV 예능 '배틀트립2'를 제외하면 주요 방송 활동이 없어 타격이 크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신동엽이 '성+인물'을 통해 일본 AV 배우라는 직업을 정당화시키는 데 동참했다면서 전 연령이 시청 가능한 방송 프로그램 MC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시청자 기모씨는 "현재 일본 내에서도 가스라이팅 당하거나 억지로 강요받아서 성착취 동영상이 찍혀지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를 묵살하고 AV 배우라는 직업을 정당화시키는 TV 프로그램을 찍다니"라며 "신동엽의 자아가 2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적인' 농담을 하는 포지션을 고수하려 한다면, '동물농장'에서는 빠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항의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놀토'는 가족들이 모여 앉아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프로그램에 성착취, 성적 대상화를 하는 넷플릭스 예능에 출연하는 신동엽씨가 출연하는 게 옳지 않다. 시청자를 배려한다면 신동엽씨를 하차 시키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AV 제작·유통이 합법이다. 그러나 성폭력, 성희롱 등 AV 산업 내의 성착취 문제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왔다. 합법이기에 오히려 자본 구조 속에서 착취의 고리가 이어지는 것.

국내에서 디지털 성착취 'n번방 사건'이 터진 시점에 일본에서는 피해자들이 AV 산업의 실체를 고발하고 나섰다. 일본 시민단체 PAPS(포르노 피해와 성폭력을 생각하는 모임)는 이런 피해자들과 연대하면서 '리얼한' AV가 더 심각한 성착취를 초래하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힘써왔다.

일본 정부는 AV 산업 내 성착취 문제의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일본 성인 나이 기준이 낮아지면서 10대 피해자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업계의 악용을 막기 위해 의회에서는 'AV 출연피해방지 구제법'이 통과됐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의원이 AV 촬영 시 성행위 금지 법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현지 사정만 보더라도 AV 산업은 예능적으로 접근할 이야긴 아니다.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고, 이에 따른 성착취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며 일본 내에서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거기다 AV 산업의 피해 실태를 내밀하게 알 수 없는 국내 제작진이나 연예인들이 '타국의 색다른 문화'로 이를 포장해 소개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AV 양지화에 적극 가담하는 순간, 착취와 폭력의 구조마저 손쉽게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책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유튜브에서 흥한 '다나카'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애초에 일본인 발음이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한데서 제노포빅(Xenophobic·외국인 혐오)이란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지만 최근 실제 일본 호스트바를 방문해 유흥문화를 소개하면서 크게 지탄받았다.

지난달 M드로메다스튜디오 유튜브 채널에는 다나카가 잘 나가는 일본 현직 호스트들을 만나는 영상이 게시됐다. 다큐멘터리나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영상 속 일본 호스트바는 유쾌하면서도 긍정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를 본 시청자들은 '다나카'를 통해 일본 호스트바 문화가 점점 양지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해당 콘텐츠가 MBC의 웹예능 전문 유튜브 채널이기에 지상파 방송사 운영 채널에서 일본 유흥업소를 앞장서 소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당시 SNS 상에는 여성 고객 대상인 일본 호스트바의 피해와 그 실태를 알리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국내에 잘 알려진 신주쿠 호스트 칼부림 사건도 있지만 호스트바에 중독된 여성들이 거액의 빚을 지고 성매매 등에 끌려 들어가는 사례도 다수 있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다나카'의 콘셉트와 정체성은 변함없이 일본 유흥업소 종사자다. 독보적 캐릭터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지만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는 물음표가 찍힌다. '다나카'를 그저 한 캐릭터로만 소비하는 대중도 많다. 문제는 일본 유흥업소 중 하나인 호스트바가 좋은 이미지로 포장되면서 그 위험성과 왜곡된 실태는 쉽게 지워진다는 것이다. 흔히 '업소 용어'로 알려진 말까지도 유행어가 되고 있다. '다나카'에 열광하는 대중 한편에서 해당 콘텐츠 소비가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해외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당연히 이 같은 콘텐츠 수위 규제가 현저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국내 방송사들과 이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규제 차이를 두고 '차별적'이라는 논쟁도 여전하다. 다만, 규제가 없다는 것이 '무엇이든' 콘텐츠로 허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콘텐츠를 수용하는 사회적 정서와 합의, 그리고 그 콘텐츠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이들 콘텐츠는 버젓이 착취, 폭력, 성매매 등이 벌어지는 타국의 성산업을 흥미 위주로 다뤘다는 점에서 '선을 넘었다'. '성+인물'을 제작한 정효민 PD는 "신동엽씨가 지닌 태도는 인터뷰에 응해준 AV 배우 등에 대한 존중"이라고 했지만 정작 실제 존재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존중과 고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합법과 불법을 떠나 미디어가 고질적인 성착취 구조를 미화·정당화한다면 이는 유해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일본 성인용품을 다룬 편은 문제시되지 않는 것처럼 '성적 엄숙주의'가 아니라 기본적 '인권' 측면에서 그렇다. 제작진은 물론이고, 콘텐츠 얼굴인 연예인들에게도 좀 더 깊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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