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규탄하고 나섰다. 또 "우리 집은 감옥이자 무덤이 됐다"고 외치며 보증금 채권 매입을 포함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전국위)와 시민사회대책위(대책위)는 3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출발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 집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원희룡 장관은 국회에 나와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으로 보기 어렵다', '모든 사기 피해는 평등하다'는 등 망언을 저질렀다"며 "정부와 여당이 피해자를 골라내고 배제하는 법안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사각지대 없는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마련하라"고 행진 취지를 밝혔다.
피해자들은 정부와 여당이 발의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은 지원대상을 협소하게 규정하고, 보증금 채권 매입이 제외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채권을 먼저 사들이고 추후 투입한 재정을 회수하는 '보증금 채권 매입'이 특별법 내용으로 포함돼야 다양한 피해 유형을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위 안상미 위원장은 "사람들이 얼마나 더 죽어야, 옥상을 올라가야, 목을 메야 정부와 여당이 제대로 된 법을 만들 것이냐"며 "피해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들어주고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지원책이 담긴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 50여 명은 굳은 표정으로 3.7km 가량 거리를 행진했다. 이들은 '보증금 매입 채권 포함된 특별법을 제정하라', '피해자 우롱하는 원희룡 장관을 규탄하라' 등 구호를 외칠 때만 굳게 닫힌 입을 열었다.
이날 행진에는 피해자들의 울분이 쏟아졌다. 피해자들은 쉰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나가거나, 발언을 마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지금의 특별법은 누더기 법안이다. 수많은 전국의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로 거리에 내몰리고 있는 피해자들은 현행 법으로 도저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다시는 이 땅에 이런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정부는 똑바로 특별법을 만들어 주시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 8시 45분쯤, 원 장관 집 앞에 도착한 피해자들은 정부가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피해자들과 대화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주무부처 장관인 원 장관이 나서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빌라왕' 피해자인 대책위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원희룡 장관, 당신을 만나려고 한강다리를 건너 이 자리에 섰고, 당신을 만나기 위해 오만 곳을 쫓아다녔다"고 운을 띄웠다.
이 위원장은 "지금 법안으로 배제되는 피해자들이 너무 많고, 이분들은 매일 단체 채팅방에서 절망하고 있다"며 "헌법은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한다. 원희룡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법을 잘 알면 헌법정신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꼭 들어달라. 피해자들은 평일, 주말, 밤낮 가리지 않겠다"며 "원 장관이 부르면 어디든 가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