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싸고 의료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가 연가투쟁에 돌입했다.
다만 투쟁 첫날인데다가 이날 참여하지 않은 병원들이 대다수라 우려했던 전국적인 의료 공백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의료계 연가투쟁 첫날인 3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은 의료계가 연가투쟁에 참여하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취재진은 서울 일대 20여개의 병원을 찾았지만 이중 4곳만이 단축 운영을 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병원 측이 문을 아예 닫지는 않고, 시민들이 몰리는 오전 시간대를 피해 주로 오후에 휴진했다. 덕분에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 대기줄이 길어지거나 오전 시간대에 예약자가 몰리는 등의 혼란한 상황은 잘 보이지 않았다.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은 평소 평일에는 오후 6시까지 운영되지만, 취재진이 방문한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이미 출입문을 걸어 잠갔다. 연가 투쟁 첫날인 이날 '오후 1시까지 단축 진료합니다'가 적힌 안내문 하나가 문 앞에 붙여 있었다.
점심 휴게시간이 끝나갈 무렵인 오후 1시 40분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 병원은 환자들이 5명 대기하고 있을 뿐,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였다. 병원 관계자는 "오후 4시까지 단축 영업을 하지만 오전 시간대에 환자가 몰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진료를 기다리던 시민 A씨는 "오늘 파업하는 줄도 몰랐다"며 "진료 예약을 할 때 어려움도 없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양천구 목동 모 병원에서는 대기 환자 1명만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속 간호조무사들은 오후 4시 30분까지 일한 뒤 이날 열릴 규탄대회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오전 진료는 모든 직원이 정상적으로 근무해 평소와 다르지 않지만, 오후 6시 이후에는 의사 한 명만 일하기 때문에 연가투쟁 여파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병원에서 만난 50대 여성 환자 B씨는 "이 병원은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불편한 점은 없었다"며 "(간호법 개정안에)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도 좋겠지만 각자 사느라 바쁘니까 모르고 지나가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는 진료 마감 시간이 임박한 오후 3시 30분까지도 총 3명의 환자가 병원을 찾을 뿐, 진료 마감을 앞두고 환자들이 몰려 혼란을 빚지는 않았다.
연가투쟁 첫날인데다 일부 지역 의원 중심으로만 투쟁이 진행되다 보니 의료계 연가투쟁으로 우려됐던 진료 공백 사태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을 반드시 막아세우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집단 휴진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의료연대는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저지를 위한 투쟁 로드맵'을 발표했다.
단체는 3일 오후 전국 각 시도에서 동시에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이날 오후 5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한다.
1차 연가투쟁 이후 의료연대는 11일 2차 연가투쟁, 17일 400만 연대 총파업 등을 예고해 정부와 국회가 간호법 개정안 시행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여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