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폭행 의혹 사건 민사재판에 한 여성이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도 트럼프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2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E. 진 캐럴(79)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재판에서 이날 원고 측 증인으로 제시카 리즈(81)가 출석했다.
리즈는 앞서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과거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리즈는 이날 배심원단 앞에서 40여년 전 비행기에서 처음 본 옆자리 남성으로부터 갑작스레 성추행당한 기억을 되살렸다.
증언에 따르면 리즈는 30대 후반인 1978년 혹은 1979년 기업체 영업직으로 일하던 무렵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일반석을 타고 있었다.
승무원의 권유로 일등석 빈자리로 옮겼는데, 옆자리 남성이 자신이 누군지 소개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자로 명성을 얻기 전이었기에 당시 그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고 리즈는 말했다.
그런데 이 남성이 비행 몇시간 뒤 갑자기 트럼프가 키스하고 몸을 더듬었다는 것이 리즈의 주장이다.
남성이 자기 몸으로 그녀를 꼼짝 못 하게 눌렀고, 리즈도 저항했지만 자신을 구해주러 온 승객이나 승무원은 없었다고 리즈는 회상했다.
리즈는 "그의 손이 치마 안으로 들어오려 할 때 힘이 생겼다. 가까스로 자리에서 탈출해 일반석 원래 내 자리로 돌아갔다. 둘 중 누가 말을 하거나 소리를 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고 기억했다.
그는 "아마 몇 초 정도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내겐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리즈는 그날 있었던 일을 경찰이나 항공사에 알리지 않았는데, 당시 시대 분위기상 신고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리즈는 몇 년 후 맨해튼의 한 행사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당시 임산부였던 첫 부인 이바나를 봤다고 이어갔다.
당시 리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먼저 자신을 알아보고 비행기에서 만난 여성이라고 무신경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리즈의 증인 출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력이 일회성이 아님을 입증하려는 원고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여성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해 여성의 주장들이 모두 사실무근이며 소송도 정치적 동기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의혹을 반박해왔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리즈의 성추행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되자 이를 부인하며 "나를 믿어달라. 그녀는 내가 선호하는 사람(my first choice)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캐럴은 1990년대 중반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폭행을 시도했다며 피해보상과 함께 징벌적 배상도 요구하는 소송을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제기했다.
사실 여부와 관련 없이 시효가 만료된 사안이지만, 지난해 말 뉴욕주 의회가 1년간 성범죄의 시효 적용을 중단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소가 제기됐다.
트럼프는 캐럴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그 여자는 내 타입이 아니다"라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