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최근 현직 경찰관이 지하철 여성 승객을 도촬하다 동료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지 누리꾼들은 '도촬범은 잡고나면 경찰관이더라' 등 냉소적 반응을 쏟아냈다.
3일 지지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0시쯤 오사카 시내를 운행하는 전철 안에서 오사카의 한 경찰서에 순사부장(경사급)으로 재직 중인 41살 타가 코이치 형사가 20대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고 있었다.
당시 타가 형사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정면에 앉아 있던 여성의 무릎 가까이 접근시킨 채였다. 때마침 여성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성 승객이 문제의 행각을 포착했고, 해당 스마트폰이 카메라 모드로 작동 중인 것까지 확인했다.
남성 승객은 적발 사실을 알리고 인근 역에 함께 내린 뒤, 타가 형사를 민폐방지조례 위반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용의자를 체포한 이 역시 오사카의 다른 경찰서에 순사부장으로 근무 중인 30대 현직 경찰관으로, 귀가 중에 현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에 몰카 처벌을 규정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도촬을 각 지자체가 제정한 '조례'를 근거로 다룬다. 암표상, 치한, 스토킹, 강매 등 범죄도 민폐방지조례에 따라 처벌한다.
타가 형사는 "전날 저녁 7시쯤부터 후배들과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해 (범행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카 경찰당국은 "매우 유감스럽다.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 일을 놓고 현지 누리꾼들은 관련기사에 비판 댓글을 쏟아냈다. "경찰관도 결국 용의자가 되면 '기억나지 않는다' 타령이군"이라거나 "경찰이야말로 처벌을 피할 핑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치맛속을 수사라도 한 거냐"는 한탄도 나왔다.
체포해낸 경찰관을 칭송하는 댓글도 있었다. "오전 0시에 전철이라니, 장시간 잔업의 결과일 텐데 노고에 고개가 숙여진다"거나 "어쩌면 그냥 아저씨 같은, 지금 옆자리 사람도 실은 굉장한 형사일지도 모르겠네"라는 감탄이 적혔다.
한편 "안그래도 최근 경찰의 도촬이 많다"거나 "도촬범, 잡아보면 경찰관" 등 댓글로 경찰의 일탈도 지적됐다. 실제로 일본 현직 경찰관의 도촬 성범죄는 현지 언론에 자주 보도된다.
지난해 4월에는 도쿄의 한 경찰서 소속 40대 경부보(경위급)가 관내 상업시설에서 여성을 스마트폰으로 도촬하다 현행범 체포됐다. 2021년 4월에도 와카야마현에서 근무 중인 30대 순사부장이 도쿄역 내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을 도촬하다 들켜 도주한 뒤 수사를 통해 검거됐다.
2020년 9월 고치현의 경찰서 소속 50대 순사부장이 경찰서 내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했다가 처벌됐다. 용의자는 적발 당시 '방문객이 두고 갔나보다'라며 장치를 급히 치우려 해 의심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