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외교 순방이 숱한 논란을 빚은 가운데,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해 인권, 정의, 미래를 파괴하는 자해적인 외교 참사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 등 13개 단체들은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빌딩 9층 국제회의장에서 '윤석열 정부 취임 1년 평가 대토론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독선과 폭주에 제동을 걸고 한국사회가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정치, 외교, 사회 등 10개 분야로 나눠 정부 정책을 평가했다.
우선 윤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두고 굴욕적이라고 비판하며 정부 외교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정부는 한국 기업이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을 제시해 시민사회로부터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 받았다.
또 최근 미국이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정부가 미국과 동맹 악화를 우려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전70년한반도평화행동 이태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 대외관계 방향은 주변국 관계와 협력의 약화를 감수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국제 전략에 편승하는 포괄적 글로벌 한미 동맹 추구, 양국 간 주요 갈등현안에 관해 한국 정부가 먼저 양보하는 한일관계 개선시도로 요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관계에 관해서는,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도청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법에 따른 조사와 수사, 국회청문회 등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한일관계와 관련해 "법치에 반하는 강제동원 졸속해법을 즉각 폐기하고 피해자들의 권리와 사법 주권을 옹호해야 한다"며 "정부는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외교 참사 책임자를 전원 교체하면서 과거사 실체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우익세력에 즉각 항의하여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 개혁과 노조 탄압을 비판하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노동절인 지난 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A씨가 정부가 정당한 노조활동을 탄압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2일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민주노총 이정희 정책실장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작년 말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뜬금없이 노조, 공직, 기업 부패를 우리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로 얘기했다"며 "3대 개혁과 3대 부패 척결은 이후 노동개혁, 노조비리 척결을 제외하면 실제 진행된 것이 없으며 결국 노동개혁과 노조 비리 척결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의 본질은 고용과 임금, 노동조건에서 사용자의 결정권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노동조합을 비리집단으로 매도해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력화하고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비정규직 차별 철폐, 차별 없는 노동권 보장을 통해 불평등 체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의 확대 적용,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한 특수고용-하청노동자의 교섭권 보장, 최저임금의 인상을 통한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의 생활 안정, 파견법, 기간제법 등 비정규직 확대 정책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체는 윤 정부의 권력기관 운용을 두고 "검찰 공화국이 등장했다"며 정부기관의 독립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검사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를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신임 국가수사본부장 후보로 발표하는 등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대거 임명하며 '검찰 독재'라는 오명을 낳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장유식 사법센터 소장은 "윤 정부는 검찰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다른 권력기관을 조력자나 부역자로 만들었다"며 "인사 장악과 시행령 통치로 이전 정부가 해왔던 개혁은 모두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경찰국 신설로 경찰은 검찰에 종속화됐고, 공수처는 무기력하며, 감사원은 이번 정부의 선봉장"이라며 "(국가기관들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 정책 분야에서도 윤 정부의 친재벌 정책 기조 때문에 우리 사회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우려했다.
경실련 권오인 경제정책국장은 "윤석열 정부는 겉으로는 공정을 강조하고 민생경제 회복을 내세우고 있지만, 세부 정책들을 보면 재벌, 대기업, 다주택자 등 고자산·고소득자들의 민원을 대폭 수용한 '재벌 특혜와 부자감세' 정책임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권 국장은 "이 때문에 불공정과 불평등, 경제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재벌과 대기업을 위해서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도 모자라 막대한 세액공제를 추진했고, 동일인(총수) 친족범위와 경제형벌까지 완화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을 핑계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해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등을 통한 보유세 완화 등 부동산 재벌과 자산가를 위한 정책을 단행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