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필리핀이 중국 견제를 목표로 밀착하고 있다.
AP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필리핀 대통령의 미국 공식 방문은 약 10년 만이다. 필리핀은 지난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집권 후 적극적인 친중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마르코스 주니어 정부 들어서면서 '친미'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2월 필리핀은 미군에 군사기지 4곳을 추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지난주에는 양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미국과 필리핀은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동맹을 맺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우리는 공동의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필리핀 보다 더 좋은 동반자를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남중국해를 포함해 필리핀을 지킨다는 우리의 공약에 철통 같으며, 필리핀군 현대화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지금 필리핀이 처한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며 "남중국해와 아시아 태평양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필리핀의 유일한 조약 동맹과 관계 재정립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AP는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마무리한 직후 필리핀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중국 견제를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리핀은 중국과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오랜 긴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에는 중국 해안 경비정이 필리핀 함정에 근접해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양국 외교부가 서로를 향해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독재자로 규정했던 마르코스 일가와 다시 손을 잡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부친은 필리핀에서 20년 동안 장기집권하며 각종 부정부패와 인권 침해를 저지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상원의원 시절 오랜 기간 마르코스 독재 정권을 비판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버림받아온 마르코스 일가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불과 1년 전만 해도 (독재자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환대 속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