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 3일 '연가 투쟁'…"간호법 尹 거부 없으면 17일 총파업"

의협·간호조무사협회 등 11일도 '2차 연가투쟁·단축 진료' 예고
의협 비대위 "개원의·전공의·교수 등 전체 83%는 파업 공감대"
복지부 3차 긴급상황점검회의…"휴진 자제해 달라" 강력 요청

대한의사협회 박명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기자회견에서 간호법 재논의를 촉구하며 '보건복지의료연대 투쟁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 단체들이 오는 3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11일에도 2차 연가투쟁 및 단축진료를 예고한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17일 연대 총파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13개 직역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간호법 저지를 위한 투쟁 로드맵'을 발표했다.
 
의료연대는 우선 3일 오후 전국 각 시·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규탄대회에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요양보호사 등 의료연대 참여 직역들이 모두 참여한다.
 
다만, 서울의 경우 당일 오후 5시 3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환자와 국민들의 의료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시간대를 늦은 오후로 잡았다는 게 단체들의 설명이다. 다른 지역들에서도 같은 제목의 규탄대회가 열린다.
 
의협 박명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를 위해 각 직역들이 소속 의료기관에 연가를 내거나 기관 차원에서 단축진료를 시행하는 등 집회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며 "이미 간호조무사들이 연가투쟁을 선언한 바 있어 의사들도 이에 부응해 적극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는 간호사들. 대한간호협회 제공

의료연대는 '파업 1단계'라 할 수 있는 3일 집단행동을 시작으로 오는 11일에도 2차 연가투쟁과 단축 진료를 이어간다. 만약 이때까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없거나, 간호법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려는 움직임이 없을 경우 17일엔 400만 회원이 연대하는 전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의료계 파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학병원 전공의(레지던트)들이 단체행동에 다소 신중한 상황을 들어 2020년 의대 증원 논의 당시와 사뭇 다른 '온도 차'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도 파업에 대한 공감대는 모두 형성했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앞서 파업 등 단체행동에 관한 의협 설문조사에서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교수 등 전 유형에 걸쳐 찬성률이 83% 이상으로 나타난 바 있다"며 "그만큼 의료악법들(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해 반발하고 저항하는 의료계 여론이 매우 높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희 의료연대는 국민 여러분께 의료 공백으로 인한 불편과 우려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기에 심사숙고해가면서 투쟁의 방법과 강도를 조절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의료기관의 부분파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의엔 "의사들의 파업이 여러 번 있었고 정부에서 많은 보완책을 만든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저희는 가급적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투쟁을 진행하려고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답했다.

비대위는 의협 차원에서 단축 진료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개별 기관장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각 원장님이나 대표들의 판단에 따라 단축 진료가 불가피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는 취지"라며 "어떤 의료기관에서는 원장 혼자서라도 접수·진료하고, 수납까지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주신 분도 계셨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병원은 중환자실·응급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영역을 담당하고 있기에 파업의 범위와 방법 등에 대해 "(지금도) 내부적으로 비대위와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2주 이상 뒤인 17일 총파업을 예고한 것은 오는 9일·16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한편 파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유를 떠나 여론 지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전면 파업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바람도 반영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저희의 솔직한 마음으로는 대통령께서 국민의 여론, 또 저희의 절실한 마음을 보시고 9일이나 16일 국무회의 때 좋은 결론을 내주시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이후 별도의 행동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그건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파업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지 않나"라며 "수단으로서 하게 된 거라면 성공시켜야 하고, '법안 저지'라는 최고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한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 지난달 30일 단식농성 중 병원으로 이송됐던 곽 회장은 이필수 의협회장과 함께 주변의 부축을 받아 착석했다. 이은지 기자

간호법 통과 직후부터 단식 투쟁을 6일째 이어가고 있는 이필수 의협회장은 "보건의료정책은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돼야 한다. 국민 건강이 우선"이라며 "(정부가) 약소 직역들을 배려해 주면 좋겠다. 정부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부탁드리겠다"고 밝혔다.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다 지난달 30일 병원으로 이송됐던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장도 "국민들께서 이제는 간호법의 문제점을 많이 아셨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간협(대한간호협회)은 저희 연대와 간호법을 다시 논의하려는 마음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며 "찾아와주시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간호법 제정안에 명시된 '지역사회 간호' 개념이 간호사들의 단독 개원을 가능케 할 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조무사 자격을 현행 의료법과 마찬가지로 '고졸'로 제한한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고교 이상 졸업자'로 넓혀 간호조무사의 교육수준을 높여야 처우 개선도 가능하다는 취지다.
 
박 비대위원장은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간호법은 간호사에게만 특혜를 주고 여타 힘없고 소수인 직역들을 말살하고 피눈물 나게 하는 악법"이라며 "약자를 위한 정치를 펼친다는 거대야당의 이중적 행태에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계신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의료연대는 이날부터 '1인 릴레이 시위' 장소를 국회 앞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옮겨 항의 수위를 높인다. 첫 주자는 박 비대위원장이다.
 
2일 오전 보건복지의료연대의 휴진 등에 대비해 제3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있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관계자들. 복지부 제공

'의료 공백'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자, 정부는 파업 자제를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박민수 2차관 주재로 제3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의료연대 집단행동 관련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각 의료기관 진료현황과 위기상황에 대비한 비상진료기관 운영 방안도 점검했다.
 
복지부는 △빈틈없는 응급환자 대응체계 구축 △원활한 지방의료원·보건소·보건지소 진료 시행 등을 통해 환자 진료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2차관은 "보건의료인 분들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료현장을 지켜 달라"며 '휴진 자제'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아울러 "지자체는 국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관내 의료기관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지역의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일반 환자 진료와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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