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음주운전 뺑소니범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용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모(40)씨의 결심 공판에서 "유족 측에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에 대한) 예방적 효과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고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고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고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28%였다.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고씨가 해당 지역에 수년 동안 살던 운수회사 대표로, 사고 위험성을 알면서도 음주운전을 했고 운전석에서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고씨는 사고를 낸 뒤 근처 자택까지 운전했다.
고씨는 어린이보호구역치사, 위험운전치사, 음주운전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아동을 과속방지턱으로 오인했다면서 도주치사 혐의는 부인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이날 공판에서 이같은 피고인 측의 태도를 문제삼으며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했다. 그는 "피고인이 우리 아이를 방치하고 떠나는 모습, 아이를 구조하지 않고 방관하는 모습, 재판 중 뺑소니를 부인하며 변명하는 모습이 저희를 너무 고통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아득한 심연에서 아이를 찾는 마음으로 막막하게 살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울먹였다.
유족 측 진술이 끝난 뒤 피고인 최후진술도 이어졌다.
고씨는 "제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이가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며 "평생 사죄하며 살겠다"고 고개 숙였다.
재판부는 고씨에 대해 이달 31일 오전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