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송영길 전 대표의 직접 개입 가능성으로까지 확대된 가운데 송 전 대표와 검찰의 기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자진 출두하겠다'는 송 전 대표와 '필요할 때 출석을 요청하겠다'는 검찰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송 전 대표 측 선종문 변호사는 전날 언론에 메시지를 보내 "송 전 대표가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프랑스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당시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조사가 필요할 때 출석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수사팀 일정에 따라 조사가 이뤄지는데 현시점에서는 부를 계획이 없다는 취지다. 또 피조사자가 일방적으로 '내일 나가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다른 일반 국민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형사절차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검찰은 '청사로 직접 나오겠다'는 송 전 대표에게 당장 조사 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수사 속도는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전날 송 전 대표의 경선캠프 지역본부장과 상황실장 등 관계자 3명의 주거지 등 총 3~4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경선 과정에서 캠프 내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물들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송 전 대표 후원조직 압수수색 과정에서 연구소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최근 삭제되거나 교체된 정황을 포착했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을 전날 연구소에 보내 CCTV와 차량 출입기록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후원조직과 경선캠프의 회계 담당자 박모씨가 겹친다는 점에서 후원조직이 관리하던 기부금이 캠프에 동원됐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전반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특히 검찰은 박씨가 최근 송 전 대표가 머물던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정황도 파악하고 이들이 의혹과 관련해 말을 맞췄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송 전 대표 측 선 변호사는 "기사에 해당하는 사람 외에 여러 사람들이 프랑스에 단체 관광을 왔었다. 이 사건 최초 압수수색이 4월 12일이고 이들이 방문한 것은 이전의 일"이라며 반박 입장을 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송 전 대표를 돈봉투 살포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최소 9400만원의 현금이 살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금품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현금이 전달됐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또 이를 지시하거나 관여했는지뿐만 아니라 직접 자금을 조달하고 전달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JTBC가 공개한 녹취에는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한국감사협회장)씨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선거를 돕는) 누구 얘기를 하길래 '참 열심히 하네요' 그랬더니만 영길이 형이 그러더라고. '그래서 안 그래도 내가 조금 처리해 줬어. 더 열심히 하라고'. 영길이 형이 뭐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내용은 모르고,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사건의 발단이 된 녹음파일과 관련해 당사자인 이 전 부총장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녹음파일 유출자로 재차 지목하며 "검찰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총장 측은 녹음 파일 보도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소속 성명불상 검사와 JTBC 보도국장·기자들을 공무상 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한편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끝내는 대로 후원조직인 연구소와 경선캠프 관계자들을 불러 자금 조성과 사용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돈봉투 공여자 등을 조사한 뒤 송 전 대표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