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한 일부 종목과 관련해 앞서 시장 전문가들은 '과도한 주가'라는 사전 경고를 보냈지만, 사태를 예방하지는 못했다. 또 주가조작단이 선별한 종목 중 다수가 증권사들의 기업 분석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비정상적인 주가 급등에 대한 진단이 나오지 못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돼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맞은 8개 종목 가운데 삼천리, 서울가스 등은 국내 증권사의 분석보고서 발간 대상(커버리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3년간 삼천리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하자 하나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등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경고음을 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 삼천리의 주가가 '오버슈팅' 상태라며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고, 6개월 뒤인 11월에는 결국 매도에 해당하는 '비중 축소'로 추가 하향했다. 황성현 연구원은 가스 배관을 활용한 수소 사업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가스 업체들의 가치 평가가 개선됐다면서도 "삼천리는 가스전을 보유하지 않은 가스 유통 업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증권도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주가에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영입이익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천연가스 가격 변동이 삼천리의 영업이익률을 경정하진 않는다"며 "수소 사업이 삼천리의 주가를 리레이팅(재평가) 시킬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시기 하나증권 역시 삼천리에 대해 "현재 주가 강세는 다소 테마적 성격이 강하다"며 "펀더멘털(기업의 기초 체력)은 약화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들 보고서가 나올 당시 삼천리의 주가는 40만원에 육박했으나 유진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목표주가를 각각 11만원, 16만원으로 제시하며 '주가 이상' 신호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가스도 지난해 말 SK증권이 '위험한 주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함께 실적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도시가스사업 영업이익률과 천연가스 가격은 무관하다"고 짚었다.
나 연구원은 첫 하한가 사태 직후인 지난달 2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삼천리, 서울가스 등에 대해 "주가 급등을 뒷받침할만한 실적개선 근거가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에 대한 증권사들의 분석은 거의 전무했다.
하림지주의 경우 IBK투자증권이 관련 보고서를 내왔으나 주로 하림산업 등 자회사 분석에 집중돼 지주사 자체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외 대성홀딩스와 선광, 다우데이타, 세방 등은 증권사 커버리지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반 투자자로서는 기업 가치 등을 파악할 전문가 평가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