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이 의료계를 흔들고 있다.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의료단체장들의 단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4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간호법을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을 이어오던 곽지연 대한간호주무사협회장이 전날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곽 회장은 지난 25일부터 엿새 동안 단식 농성을 벌여왔다.
이날 농성 현장을 찾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농성중인 곽 회장을 만나 안타까움을 표하고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조 장관은 "같은 간호인력 간에도 간호법안에 대한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직역 간 신뢰와 협력이 흔들려 안타깝다"며 간호조무사의 학력 상한을 두는 법규정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간호조무사로서의 직분을 다하기 위해서도 건강이 중요하다. 단식을 중단하고 몸을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고졸'로 정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대졸자가 간호학원에 등록해야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간호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곽 회장은 단식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필수 의협회장도 간호법과 의료인면허취소법 통과에 반대하며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 천막농성장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중이다.
이필수 회장은 "국민의 건강과 올바른 의료정책이 만들어질때까지 단식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과 간호조무사단체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오는 4일 부분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들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간호법 제정안은 오는 4일 정부로 이송된다. 거부권 행사 여부는 이송된 이후 15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한편 의료 공백 우려가 가중되면서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조규홍 장관이 의료 현장을 찾아 파업과 휴진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긴급상황점검반을 소집해 파업 동향과 진료대책을 점검했다. 조규홍 장관은 의료계 동향과 의료기관 운영 상황 등을 점검하는 한편, 향후 의료종사자 파업, 의료기관 휴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을 분석해 대응하기 위한 비상진료대책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의료현장 공백으로 인한 진료 차질 등 국민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