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모범택시2' PD "이제훈, 과한가 싶어도 정답"

이단 PD. SBS 제공
오상호 작가도, 배우 이제훈도 그대로였지만 연출은 달랐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의 이야기다. 메가폰을 잡은 이단 PD는 시즌2를 맞아 새롭게 투입됐다. 그리고 '모범택시1'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되 시청자들이 질리지 않도록 다채로운 색을 칠해냈다. 오상호 작가의 예리한 대본의 질감을 그대로 화면에 구현해 내는데 성공했다.

'모범택시2'는 이단 PD의 입봉작이다. 첫 메인 연출작에서 흥행 시리즈를 이끌었지만 이단 PD에게서는 부담감 대신 끝없는 열정과 정성만이 있었다. '모범택시' 시즌제를 완전히 안착시켰음에도 여전히 이단 PD는 만족하지 않고 작품의 구조적 한계와 개선점을 짚는다. 그만큼 신중하고 애정 있게 작품을 바라봐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베테랑들 사이에서 결코 쉽지 않았을 '모범택시2'의 여정을 듣다 보니 이단 PD는 아직 못 다한 말이 많다. 당연히 보여줄 것도 많다. 연출자로서의 고집은 있되, 충분히 가능성을 모색하고, 상대방의 방식을 존중할 줄 안다. 그리고 의견의 합의점을 찾아 영리하게 풀어나갈 줄도 안다. 이단 PD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 수 없다. 이단 PD가 그리는 시즌3의 청사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다음은 이단 PD와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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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범택시2'가 올해 최고 시청률 2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흥행을 거뒀다

 
A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본을 보면서 느꼈던 것을 시청자들과 함께 느낄 때 행복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과 함께 분노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현실에도 김도기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볼 때 가장 기뻤고 또 서글펐습니다. 저 역시 그 마음으로 시즌2를 만들었거든요.
 
Q '모범택시2'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A 밸런스를 맞추는 것, 적중률을 높이는 것. 시즌2에서는 도기의 부캐(부캐릭터)플레이에 집중하게 하면서 그야말로 부캐로서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 위해 시즌1의 무게감은 덜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범택시에 사건의뢰를 하는 피해자들의 사연이 심각하게 다뤄질수록 김도기 기사가 신명나게 활약할 수 있는 영역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부분이 연출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지점입니다. 시청자들이 전편을 사랑해주셨던 이유 중 하나는 잔혹한 현실의 디테일한 묘사와 사회고발적인 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놓고 가지 않으면서도 도기의 부캐플레이를 해치지 않는 방법, 마냥 무겁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Q 고민 끝에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찾아낸 방법은 무엇일까

A 피해자 역할의 배우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배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이라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지도가 낮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습니다. 촬영하기 협소하고 불편하고 먼 곳이어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흔적이 잘 묻어 있는 현장감이 살아있는 로케이션까지 찾아가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했고, 치킨집 사장님의 상처투성이 손 분장, 할머니가 꼬깃꼬깃하게 모은 장롱 속 쌈짓돈이라든지, 시청자들이 피해자들의 사연을 가까운 곳의 이야기로 받아 들여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미지적인 디테일들을 챙기려고 애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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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범택시'의 중심하면 이제훈의 김도기 기사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제훈과 작업한 소감은


A 보통 배우는 감독의 '액션!' 콜에 연기를 시작해서 '컷!'에 연기를 끝내고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제훈 배우는 '컷!'과 '액션!' 사이에도 내내 김도기였습니다. 그만큼 긴장을 놓지 않고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였고, '모범택시'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책임감과 진지한 자세가 느껴져서 저를 비롯한 스탭들 역시 몰입해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이제훈 배우가 살려줄 때가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모니터 뒤에서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너무 멋있어서 다들 숨죽여보다가 오케이 사인에 신음소리가 터진 것이죠. '어떻게 이걸 살려요?'라고 물어보면 비밀스러운 미소만 지을 뿐. 액션신에 대한 열정도 넘쳤습니다. '나를 굴려도 좋고 매다 꽂아도 좋다'는 톡(메시지)을 보내실 정도로. 많은 액션신들을 본인이 소화했습니다. 덕분에 김도기 캐릭터가 악인들을 응징하는 장면이 한층 실감나고 멋지게 만들어졌어요.
 
Q '모범택시'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이제훈의 연기 역량에 연출자로서 놀랐나보다

A 편집점이 느껴지는 연기, 어디서 끊고 어디서는 컷을 길게 쓰도록 계산하면서 연기하고 계시는 구나, 촬영 때도 느꼈지만 후반작업을 하면서는 더욱 잘 느껴져서, 대단하다고 감탄했습니다. 한 장면 안에서 언제 감정을 가두고 언제 풀어둘 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고, 대본 전체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서, 시야가 넓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장에서 '과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나중에 편집으로 붙여보면 그 감정이 다 맞았습니다. 집중력 또한 대단해서 짧은 시간에 필요한 얼굴을 정확하게 가지고 옵니다.

항상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상대배우가 조금 휘청거리더라도 자신이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이는 배우였습니다. "어떤 삶을 살았길래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어요?"라는 물음에 시크하게 "'모범택시'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라는 대답을 하시는 걸 보니, 실제로 밤마다 모범택시를 몰며 복수대행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닐지. 또, 매사 진지하신 것 같은데 의외의 순간 뻘하게 터지는 애드리브를 잘치시는 걸 보면서, 참 유연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Q 김도기 캐릭터의 톤도 시즌1과는 달라졌다. 다크 히어로의 모습도 있지만 인간 김도기의 내면을 엿보려는 시도가 계속 있었던 것 같다

A 연출적으로 욕심이 났던 부분이 김도기 기사의 뒷면을 보여주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인간 김도기'가 궁금했습니다. 억울한 사람들을 대신해 복수를 해주고, 악인들을 벌하고는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자신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언젠가 한계가 오지 않을까. 그래서 13부의 엔딩, 다크월드에 떨어진 도기도 대본에 없는 내용을 추가해 찍었습니다. 완전히 단절된 세계에 떨어졌다가 결국 무지개운수 식구들로부터 구원 받는 김도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청자가 이 장면을 본다면, 터널에는 분명 끝이 있고, 그 끝에는 사실 당신의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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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통쾌한 복수가 있기까지 두 얼굴의 빌런 온하준(신재하 분)의 캐릭터 디자인도 돋보였다


A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을 내 이야기라고 느껴야 복수도 통쾌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김도기가 마음 놓고 때릴 수 있을 만큼 공분을 살만한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빌런의 악행이 말초적이고 폭력적이기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붕 뜨거나 너무 판타지적인 복수 방법은 오히려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통쾌함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밸런스를 조정하는 회의를 많이 했습니다.

Q 빌런 온하준 역을 소화한 신재하와는 어떤 작업이었을까

A 저와 작가님이 생각한 이미지와 딱 맞아서 첫 만남부터 흥분됐습니다. 외로울 수도 있었는데, 늘 웃으면서 최선을 다해 임했습니다. 액션 신 준비를 위해서 일찌감치 현장에 와서 합을 연구하고, 바쁜 스케줄을 쪼개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하고, 결국 촬영하다가 인대가 늘어났는데도 마지막 옥상 장면에서도 최선을 다해 현장 스태프들을 모두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렸습니다. 스태프들이 신재하 배우를 정말 좋아했어요. 신재하 배우와는 이야기를 조금만 나누어도 캐릭터를 이해하는 깊이와 내공이 느껴져요. 부드러운 가운데 날카로움을 잘 표현해주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우 선한 영혼을 가진 배우, 그릇이 큰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Q 시즌3 제작에 대해선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A 시즌제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과 함께 시청자들이 같이 성장하는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주연 배우들이 꼭 필요하겠지요. 또한 '모범택시'의 컬러는 작가님께서 창조하신 것이기 때문에 꼭 같이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충분히 반가운 일입니다. 이번 시즌에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작진과 배우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면 호흡 맞추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자연히 비용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시즌을 관통하는 보다 길고 큰 서사구조를 고안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처럼 2회씩 에피소드가 바뀌는 구성은 구조적 한계 속에 장단이 있었습니다. 속도감있는 전개는 좋지만, 빌런을 소개하거나 시원하게 복수를 하기엔 짧은 시간이라 개연성을 무시하고 가야했습니다. 점점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규모있고 효율적인 프로듀싱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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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이다 서사의 사적 복수극이 각광받는 시대다. '모범택시'는 시즌2까지 그 인기를 유지했는데 어떤 비결이 있을까

 
A 많은 시청자들이 불의가 시원하게 심판 받는 것을 갈망하고 있었다고 새삼 느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복수 방식의 차별성 역시 '모범택시'의 인기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캐플레이로 악인들을 현혹한다거나, 클럽에 노인들을 풀어놓아 나이 계급으로 클럽의 계급 사회를 눌러 준다든지 하는 기상천외하고 판타스틱한 방법이 다른 드라마에는 없는 '모범택시'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적 복수를 주제로 한 드라마는 많지만 '모범택시'만의 독특한 색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악인들에게 처벌하는 과정의 기상천외함, 그리고 허를 찌르는 복수 방법이 모범택시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하고요. 하이테크와는 정 반대에 있는 레트로한 방법들과 장치들이 이런 톤을 뒷받침 해주고요. 사이비를 사이비로 물리치기, 클럽의 빌런들이 부와 외모지상주의를 기준으로 나눈 계급에 맞서 나이 계급으로 무너뜨리기, 이런 것들은 오상호 작가님의 오리지널리티(독창성)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쓰실 수 있는 분은 오상호 작가님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Q 가장 신경 써서 연출한 에피소드도 궁금하다

A 사이비 교주 에피소드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처음에 사이비 교주와 박수무당 도기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는 '곡성' 같은 분위기의 대본일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펑키호러' 장르로 써주셨습니다. 너무 가벼운 접근이 아닐까, 많은 걱정을 했었고, 밸런스를 잘 잡는 게 이 에피소드의 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훈 배우에게도 이런 고민을 나누었고 이제훈 배우 역시 최대한 무겁게 연기를 하겠다고 했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장면이었던 옥주만 엄마 연기를 하는 김도기 장면을 찍는데 이제훈 배우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신들린 열연을 했을 때, '어쩌면 잘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 에피소드부터 더 뜨거워졌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작가님께서 잡아준 톤이 맞구나, 작가님이 여기까지 생각해 쓰셨다고 깨닫게 된 에피소드였습니다. 방송 당시의 타이밍까지 좋았습니다. 작가님은 물론이고 배우, 의상, 편집, 음악 등 모든 제작팀이 다들 신들린 채로 만든 에피소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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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작발표회에서 시즌1이 너무 잘됐기에 부담감도 있었다고 했다. 결과물을 보면 힘 있게 그림을 잘 펼친 것 같다. 시즌1과 다르게 찾아나간 스타일이 있다면

 
A '모범택시' 시리즈의 원동력, 엔진은 시청자들입니다. 그렇기에 '모범택시'의 기본이 되는 원칙들은 훼손하지 않고 계승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다만 15세 시청가로 하향 조정된 만큼,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은 덜어내고 가려고 했습니다. 물리적으로 폭력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악인을 나쁘게 그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더 잔인해보이는 시각적 설정들을 추가했습니다. 또한 시즌1보다는 컷의 속도가 빠르게, 다양한 카메라 무빙, 화면분할, 몽타주를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악인을 응징하는 상황 자체는 판타지지만 도기가 행하는 액션은 현실감 넘치게 주문했습니다.
 
Q '모범택시2'를 아끼고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기뻐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시대의 기억을 공유하는 많은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어'라는 시즌2의 메시지가 시청자 여러분의 마음에 가 닿았기를 바랍니다. 이 기획의도의 진정한 완성은 시청자 여러분의 삶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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