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美 국빈 방문 마치고 오늘 귀국…성과와 과제는

尹, 5박7일 간 美 국빈 방문…'워싱턴 선언' 성과
尹부부-바이든 부부 각별한 '친교의 시간'
尹, 美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하버드대 연설 등
워싱턴 선언 구체적 이행…IRA, 반도체법 등 후속 조치 관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이 끝난 뒤 발코니에 서서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5박 7일 간 미국 국빈방문은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의 두터운 신뢰를 재확인하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무대가 됐다. 무엇보다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이를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을 통해 북핵 위협에 대비한 공조를 국제사회에 선포했다는 점은 성과로 꼽힌다.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동맹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국빈 방문에 미국 측의 예우도 각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는 '워싱턴 선언'에 대한 구체적 이행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법 등 경제 이슈와 관련한 실질적 조치 등이 후속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尹, 5박7일 간 美 국빈 방문…'워싱턴 선언' 성과

윤 대통령은 5박 7일 간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30일 귀국한다. 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이뤄진 우리나라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다.

무엇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26일(현지시간)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의제였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 확장억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정상 차원의 첫 공동 합의문이다. 핵심은 미국이 핵 제공 계획을 동맹과 공유하고 논의하는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신설이다. NCG는 한미 간 핵 관련 논의에 특화한 첫 고위급 상설 협의체이기도 하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공격 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하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대만 이슈 등 다른 글로벌 현안들도 회담 테이블 위에 올랐다. 양국 정상은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관심이 집중됐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문제는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대만해협·남중국해 이슈의 경우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담겼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법 등 경제 이슈와 관련,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이 법이 기업활동에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 정상은 "우리의 강력한 협력을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사이버 안보에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견줄 수 있는 정보동맹 관계를 지속 심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의 정보 공유 네트워크로 한미 간 사이버 정보 공유를 이같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양 정상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전방위 확대해 '글로벌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자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공동성명은 워싱턴 선언뿐만 아니라 신흥기술, 사이버 안보, 과학기술, 우주탐사까지 총 6건이 체결됐다.

尹부부-바이든 부부 각별한 '친교의 시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관저에서 열린 친교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내부를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 대통령 부부와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친교의 시간'도 관심이 쏠렸다.

윤 대통령은 부부 25일(현지시간) 저녁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첫 대면하고 상호 관심사, 양국 인적·문화적 교류, 국정 철학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의 첫 정상회담 이후 마드리드, 런던, 뉴욕, 프놈펜에서 만났으며 이번이 6번째 만남이다.

양 정상 부부가 선물을 교환하고, 윤 대통령이 평소 즐기는 제로 콜라를 바이든 대통령이 권한 일화도 알려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전해졌다.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윤 대통령 환영 국빈만찬은 특히 화제가 됐다. 양 정상은 3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만찬 내내 돈독한 유대 관계를 보이며 한미동맹 70년의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권유로 무대 위에서 평소 애창곡인 '아메리칸 파이'를 1분 정도 부르자 참석자들의 뜨거운 반응과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놀란 눈으로 "노래를 잘할지 전혀 몰랐다"며 박수를 친 뒤 "나도 부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농을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미국 포크가수인 돈 매클린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통기타를 깜짝 선물하기도 했다.

尹, 美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하버드대 연설 등


美 의회에서 연설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도 의미 있는 장면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 의회 연단에 서는 것은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을 주제로 진행한 영어 연설에서 "한미동맹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가치 동맹"이라며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자유'로, 모두 46차례 등장했다. 40여분 간 진행된 이날 연설은 의원들의 열띤 환호 속에서 진행됐다. 박수는 56번, 기립박수는 23번 이어졌다. 때문에 당초 30분 정도로 예상됐던 연설은 십여분이나 길어졌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워싱턴DC 외곽에 있는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 군지휘통제센터(NMCC)를 찾아미군 수뇌부로부터 위기대응 체계 등의 보고를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NMCC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을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 뒤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3박 4일 간 일정을 진행한 뒤 28일(현지시간) 두 번째 방문지인 보스턴에서 경제 외교 및 학술 일정 등을 이어갔다.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매사추세츠 공대(MIT)를 방문하고, 하버드대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을 주제로 정책 연설에도 나섰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다른 나라의 자유를 무시하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국제사회는 용기 있고 결연한 연대로서 대응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자유, 다른 나라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종종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로 나타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 없음을 입증시키고 앞으로 이런 시도를 꿈꿀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자유를 무시하는 독재적이고 전체주의적 태도의 결정판은 바로 북한"이라며 "이러한 전체주의적 태도는 필연적으로 북한 내 참혹한 집단적 인권 유린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 선언 구체적 이행…IRA, 반도체법 등 후속 조치 관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국빈 방문 이후 과제는 우선 '워싱턴 선언'의 구체적인 이행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가장 중요한 성과"라며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고 밝혔다.

이어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양국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북한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 전략적 안보동맹으로서의 확장억제를 강화했다"며 "한미 양국 공동의 정보공유, 공동의 기획, 공동의 실행 등을 통해서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함께 핵잠수함과 핵전력을 탑재할 수 있는 전폭기 등 미국의 핵전략 자산들이 정기적으로 한반도에 전개되면서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이 더욱 커지는 효과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관심이 쏠렸던 우크라이나 지원의 경우 한미 양국의 강력한 '동맹'을 재차 선언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했지만 무기 지원 등 민감한 현안은 빗겨가 우리 정부로서는 다소 부담을 던 측면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 이슈의 후속 조치도 관건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투자 신고식과 한미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 방문, 글로벌 영상콘텐츠리더십포럼 등의 갖가지 '경제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다만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의 경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치 이행이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일각에선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긴밀한 협의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주지만,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최상목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우리가 동맹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달라는 예외적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국가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이번에도 양 정상간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향에 대해선 명쾌하게 합의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국빈 방문의 성과와 관련 "한미 양국이 양자 관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두 나라가 국제무대에서 공동 리더십을 추구하는 단계로 동맹이 격상됐음을 확인했다"며 "오토크라시(Autocracy) 즉, 권위적인 세력에 맞서는, 데모크라시(democracy) 즉, 자유민주 세력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한미 두 나라는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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