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특정 주식 종목들이 연일 무더기로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시장이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는데요. 그 배경에 주가조작 세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금융 당국이 전방위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 내용 취재 중인 금융팀 박성완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안녕하세요. 이번 주 주식시장, 정말 분위기가 뒤숭숭했는데요. 하한가 또는 급락세 행진을 이어간 게 8개 종목이나 되죠?
[기자]
네. 지난 24일, 그러니까 월요일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대성홀딩스, 선광, 서울가스를 비롯한 8개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하한가로 마감했는데요.
이 가운데 제가 이름을 언급한 3개 종목은 어제까지 초유의 나흘 연속 하한가 행진을 이어왔어요. 이로 인한 종목별 주가 하락폭이 최대 75% 달하는데요. 나머지 5개 종목들도 급락세 또는 약세가 계속됐어요. 이 나흘 동안 해당 종목들의 시가총액 증발분만 8조 원이 넘습니다.
오늘 분위기가 반전됐는데요. 8개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해 마감했습니다. 삼천리의 경우 상승폭이 22.89%에 달했습니다.
[앵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시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죠. 급락 종목들의 공통점이 있다면서요?
[기자]
네. 급락 사태 출발 시점인 월요일날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 창구에서 대량으로 매물이 쏟아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장에선 이 증권사와 계약을 맺은 차액결제거래, 즉 CFD 계좌에서 이런 대규모 매물 폭탄이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CFD는 예컨대 제가 40만 원을 계좌에 넣어두면 최대 2.5배, 즉 100만 원 어치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차입 투자 서비스입니다. 적은 돈으로 많은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만큼 수익을 크게 가져갈 수 있지만, 손실도 배가 될 수 있죠.
또 다른 공통점은 주가가 작년 하반기 급등하거나 그 이전부터 조금씩, 큰 하락 없이 꾸준히 오르는 등 흐름이 거의 비슷했다는 겁니다.
[앵커]
이런 이상한 주가 흐름의 배경엔 특정 세력의 조작 행위가 자리하고 있다는 의혹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특정 세력이 다단계 방식으로 거액의 투자금을 모으고, 투자자들 명의의 휴대전화까지 아예 넘겨받아서 이들끼리 서로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거래를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게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의 주요 줄기입니다.
지금 주가가 추락하니까,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주가조작 주요 인사로 지목된 6명 정도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데요. 이들 중 다수는 해당 세력에게 많게는 수십억 원의 거액을 맡겼던 고액 자산가들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집단 소송 절차를 준비 중인 법무법인 대건의 한상준 변호사가 현재까지 투자자들을 통해 파악한 일당의 수법과 손실 규모 설명, 같이 들어보시죠.
[인서트]한상준/법무법인 대건 변호사
일단은 핸드폰을 전달 받고, 받는 즉시 거의 미수금을 풀로 다 땡겨요. 전문 투자자 등록하고 CFD 계좌를 개설한 다음에 대출이 레버리지가 2.5배까지 나오니까 그 대출을 다 받아서 파생상품 거래를 한 건데. 애초에 이분들에게 핸드폰을 받은 행위 자체를 편취행위로 보고 있어요…지금 상담으로 들어온 것만 해도 (손실액이) 1천억 원이 그냥 넘어가죠.
[앵커]
지금 유명인들도 투자를 했다, 제의를 받았다 하면서 파장이 더 커졌잖아요.
[기자]
대표적으로 거액을 투자했다고 알려진 게 가수 임창정씨죠. 어제 자신의 SNS에 입장문을 올렸어요. 일단 핵심 메시지는 투자해서 큰 손해를 봤을 뿐 어떤 유치나 영업행위도 하지 않았다, 동료에게 투자를 권유했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 '유명 자산가들의 주식 계좌를 일임 받아 재태크 관리를 하고 있다, 수익률도 높다, 그러니 투자하라'는 그들의 권유에 돈을 맡겼을 뿐, 거래 내용도 알려주지 않아 아무것도 몰랐다는 취지의 해명도 덧붙였습니다.
임씨와는 좀 결이 다른 논란도 있는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이번 폭락 종목에 포함된 다우데이타 보유 주식을 폭락 2거래일 전에 대규모 처분해 세력의 움직임을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는데요.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그룹사 오너인 김 회장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직을 걸겠다"고까지 했습니다. 처분 시점이 공교로울 뿐 우연이라는 취진데요.
주가조작 배후로 지목된 투자업체의 라모 대표도 언론을 통해 통정거래 의혹을 부인하면서 본인도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워낙 시장 혼란이 큰 만큼 금융 당국도 바빠지겠네요.
[기자]
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과는 어제 금융감독원과 서울남부지검, 한국거래소 인력들과 함께 주가조작 의심 세력으로 지목된 이들의 서울 강남구 소재 H투자컨설팅업체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했습니다. 남부지검은 이번 주 초에 이미 주가 조작 의혹 관련자 10명을 출국금지 조치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신속히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했는데, 이상 주가 흐름이 장기간 이어졌음을 감안하면 조사 타이밍이 좀 뒤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위고하나 재산의 유무, 사회적 위치 고려 없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오늘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국내 35개 증권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CFD 등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즉 빚투는 증권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리스크 관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특히 CFD는 투자 주체가 드러나지 않고, 증권사 명의로 거래가 된다는 점에서 불공정 거래에 악용될 소지도 크다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데요. 증권사들도 CFD 계좌의 신규 매매 주문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