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지만 '모범택시2'는 전편보다 무려 5%포인트 상승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갈수록 TV 드라마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시점에 오히려 반등을 이뤄낸 셈이다. 이런 기록을 세운 '모범택시'의 가장 큰 힘은 사이다도, 빠른 전개도 아니었다. 참혹한 세상에서 누구보다 힘겨워하던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데 있었다.
'모범택시' 세계관을 구축한 설계자답게 오 작가는 '모범택시'가 세상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에게 '모범택시'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때로는 웃기게, 때로는 신랄하게 풍자하는 우화나 다름없다. 비록 TV 속 영상 판타지일지언정, '모범택시'의 우화가 세상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저항의 힘을 길렀다.
다음은 '모범택시2'로 돌아온 오상호 작가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A 시즌1 때 시청자분들이 보여주신 관심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시즌2가 만들어 질 수 있었는데,
시즌2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그저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Q 시즌1에서 견해 차이로 작가 교체 이후 시즌2에 돌아왔다. 다시 '모범택시2'에 탑승하기로 결심한 까닭이 있을까
A 무지개운수는 저에게도 힘들 때 떠올릴 수 있는 가족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시즌1의 16부와 시즌2의 1부 사이 공백에 감정이입이 많이 됐습니다. 가족같은 사람들이 떨어져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 곱씹어 보면서요.
Q '모범택시2' 집필에 있어 작가로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A '모범택시' 시리즈는 우리 시대의 우화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풍자하고 해학을 통해 부조리와 대항하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범죄 오락 장르의 미덕을 살리되, 회피하거나 겉돌지는 말자는 나름의 기준을 정해두었습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어느 정도까지 찌르고 들어가는 것이 최선일까를 고민했던 거 같습니다.
시즌2의 키워드는 '부캐의 향연' 그리고 '기억'이었어요.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을 중심 메시지로 놓고, 우리가 한켠에 묻어두고 넘어갔던 사건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고민을 담아 시즌2의 에피소드들을 정하고 작업했습니다.
A 다시 만나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작업하는 내내 작업실에 배우들 사진을 붙여 놓았는데 볼 때마다 의지가 됐어요. 인복이 좀 많은 거 같아요.
배우들이 무조건적으로 저를 믿어줬어요. 대본을 건네면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란 의견도 없었어요. "대본에 무엇이 있든 나는 그걸 해내는 걸 보여주겠다." 제훈씨가 저한테 한 말이에요. 표현은 안 했지만 다른 무지개 식구분들도 마찬가지 였던 거 같아요. 작가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자, 동시에 부담이 되기도 했었어요. 이런 엄청난 믿음을 보내는 분들께 보잘 것 없는 대본을 내밀 수는 없으니까요.
Q 새롭게 등장한 빌런(악역) 온하준 역의 신재하 역시 시청자들로부터 뜨겁게 주목 받았다
A 온하준은 복잡하고도 단순한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방식으로 길러진 아이, 그 안에 뭔가 소중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막연한 공허함을 가진 캐릭터죠. 이런 캐릭터를 통해 무지개 택시를 추격하는 의문의 세력, 그리고 시즌2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의미를 집합적으로 담아내고자 했어요. 신재하 배우가 가진 선악을 오가는 얼굴과 눈빛이 온하준을 완성시켰다고 생각합니다.
Q 클럽 '버닝썬'을 연상시키는 블랙썬 등 현실에서 벌어진 여러 사회적 문제 및 사건들을 생각나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이런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구성한 이유가 있다면
A 방송 전 고지 멘트처럼, 방영된 모든 인물, 내용 등은 사실이 아니며 허구입니다. 앞 질문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모범택시는 우리 시대의 우화라고 생각해요. 현실이 더 잔혹하고 무서워서 그렇지. 그런데 만약 어떤 사건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매우 안타깝고 무서운 일이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오래 오래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A 무지개 운수 다섯명이 없는 '모범택시'는 상상하기 힘들어요. 반대로 이 다섯명이 함께라면 더없이 즐거운 작업이 되겠죠. 무지개 운수 식구들이 다시 가자고 하면 저는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할 거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모범택시'를 통해 이 시대, 우리 사회에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
A '법대로 해'라는 말이 가해자들의 무기로 쓰이고, 피해자들에게 협박 수단으로 쓰이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모범택시의 운행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죽지 말고 전화하세요. 우리는 당신의 억울함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