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첫 정규' 낸 하현상이 매너리즘을 피하는 방법

가수 하현상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첫 정규앨범 '타임 앤드 트레이스' 발매 쇼케이스를 열었다. 웨이크원 제공
'슈퍼밴드' 우승자 출신으로 2018년 가요계에 정식 데뷔한 하현상. 데뷔 5년 만에 11곡을 꽉 채운 첫 번째 정규앨범 '타임 앤드 트레이스'(Time and Trace)로 돌아왔다. 평소 작업할 때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편이라는 하현상은 조금 느릴지라도 우직하게, 자신만의 원칙으로 앨범을 만들었다. 보컬 녹음은 성에 찰 때까지 여러 번 반복했고, 악기 소리도 모두 '진짜'로 담아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위로를 전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하현상의 정규 1집 '타임 앤드 트레이스' 발매 쇼케이스가 열렸다. 방송인 박선영이 MC를 본 이날 행사에서 하현상은 수록곡 '하루가'와 타이틀곡 '시간과 흔적' 라이브 무대를 최초 공개했다. 두 곡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경합했을 만큼 하현상이 끝까지 고민한, 아픈 손가락들이다.

'적당히 슬프고, 적당히 기쁘고, 약간은 무의식적인 앨범'. 하현상은 타이틀곡을 포함한 11곡을 작업하면서 곡에 어울리는 한 줄 설명을 직접 썼다. 모든 곡을 타이틀곡으로 고민해도 될 만큼 "많은 정성을 들여"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귀신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속설을 확인해 보고자(?) 곡이 잘 써지지 않을 때 귀신의 도움을 빌려보려 했다는 일화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타이틀곡 '시간과 흔적'은 '싱어송라이터' 하현상에게도 쉽지 않은 곡이었다.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2020년도에 처음 벌스 멜로디를 썼고, 거기서 막혀서 그만뒀다. 21년도에 다시 쓰고 또 22년도에 가사를 쓰고 띄엄띄엄이지만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라고 털어놨다.

타이틀곡 '시간과 흔적' 무대를 선보이는 하현상. 웨이크원 제공
모던 록 장르인 '시간과 흔적'은 하현상의 개성과 감성을 녹인 가사와 어쿠스틱한 밴드 사운드, 서정적이고 정교한 스트링 세션을 더했다. '하루가'를 제치고 '시간과 흔적'이 타이틀이 된 이유는 뭘까. 하현상은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를 제일 많이 담고 있다"라고 전했다.

타이틀곡뿐 아니라 전 곡에서 악기 소리를 구현하는 데에도 신경 썼다. 하현상은 "앨범 전체 녹음을 다 리얼로 받았다. 드럼도 리얼로, 기타도 앰프 녹음을 하고 베이스도 리얼로 받았다. 오케스트라가 들어가 있는데 현악기들도 다 실제로 녹음을 해서 서정적인 사운드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몇 배의 노력이 드는 일을 기꺼이 해낸 이유를 묻자, 하현상은 "사실 제가 그렇게 녹음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통기타 녹음하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 앰프도 소리를 막 골라가면서… 뭐라 해야 할까. 약간 느리게 작업하는 그 방식을 되게 좋아해서 그렇게 했다. 물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약간 바보 같은 짓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보컬 녹음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는 "한 곡을 할 때 많이 했던 건 보컬 녹음을 9번 다시 했던 적도 있다. 만들어 놓고 다시 다 갈아엎어서 새로 넘어간 적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데모 버전에 있는 보컬을 그냥 올린다거나 그런 식으로 약간 보컬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첫 정규앨범 '시간과 흔적'에는 몽환적인 미성과 여러 은유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멜랑콜리'(Melancholy), 들리지 않는 편지처럼 점층적으로 쌓여가는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말야', 밀도 높은 연주와 애절한 감정선이 잘 드러나는 모던 록 장르 '하루가', 밝은 멜로디와 꾸밈없는 목소리의 얼터너티브 록 장르 곡 '소년의 방', 세상 밖의 세상을 꿈꾸며 판타지적인 분위기와 모던 록 사운드가 인상적인 '라퓨타'(Laputa), 하현상표 신스팝으로 신비로운 분위기와 감각적인 편곡이 인상적인 '까만 낮'이 실렸다.

가수 하현상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웨이크원 제공
또한 잔잔하고 따뜻한 느낌의 어쿠스틱 기타와 편안한 피아노의 조화가 인상적인 발라드 '굿나잇'(Good Night), 사색적인 포크 사운드와 순수한 감정선이 어우러진 '집에 가는 길', 동시대 청춘의 상실감을 관통하며 자신까지 위로하는 유머러스하고 캐치한 느낌의 '세임 올드 송'(Same Old Song, 사랑하는 모든 이와 함께 듣기 좋은 앨범의 엔딩송 '파도'가 수록됐다.

날이 따뜻해져 각종 음악 축제(페스티벌)가 이어지는 가운데, 축제에 어울릴 만한 신곡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하현상은 4~6번 트랙을 골랐다. 4번은 '하루가', 5번은 '소년의 방', 6번은 '라퓨타'다. 그는 "앨범에서 조금 신나는 파트라고 생각을 해서 그 4, 5, 6번이 잘 어울릴 것 같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하현상은 '하루가'에는 "숨어버리고 싶었던 하루의 끝에서"라는, '소년의 방'에는 "어린 날의 나쁘지 않은 기분을 간직하고서"를, '라퓨타'에는 "세상 밖의 세상을 꿈꾸며"라는 설명을 붙였다.

여러 곡을 꾸준히 써내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매너리즘을 겪으면 어떻게 극복하냐는 질문에, 하현상은 "곡을 쓰는 위치를 계속 바꿔보려고 한다. 한강에서 쓰거나 차에서 쓰거나 작업실에서 쓰거나 옥상에서 쓰거나 아니면 집에서 쓰거나 걸으면서 쓰거나 이런 식으로 계속 패턴을 바꿔서 제 환경을 조금 바꿔보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하현상은 첫 정규앨범 '타임 앤드 트레이스'를 오늘(27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했다. 단독 콘서트 계획은 "아직 시기는 정확하게 말씀 못 드리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좋은 소식 있을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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