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전세대출 사기' 대책, 실효성 의문 나오는 이유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금리 혜택 제공 등 다양한 방안 거론
정부, 27일 전세사기 피해 지원 종합대책 내놓을 듯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금리 혜택을 제공하거나 전세사기 주택들의 경매를 유예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 뿐더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최근 집단 전세사기 사건의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업계는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전세사기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실효성 있는 법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당부하는 등 관심이 쏠리자 제각기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를 유예하도록 은행 등 금융사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또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여전사 등 금융사들도 저마다 피해자에게 저리 대출을 공급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들이 빚을 더 내서 '급한 불'을 끄게 하는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대출 규제 완화로 당장 필요한 자금을 공급받더라도 상환과 이자부담에 대한 책임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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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LTV나 DSR의 기본 취지를 고려하고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전세사기 피해자의 안정적 주거 지원을 위해 한시적으로 규제 완화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SR 규제는 소득을 기준으로 삼아 빚을 내준다는 측면에서 고금리 시대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서 "이를 완화하면 안 그래도 어려운 분들이 추후에는 더 불어난 빚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최근 정부가 현재 피해자가 거주중인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계속 주거할 수 있도록 하는 임차인 우선매수권 부여를 대책으로 내놓으면서 금융당국도 이와 연계된 대출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 회수액이 감소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도 경매 유예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주택 매각 및 경매 상황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에 나섰다. 이를 통해 지난 20일 매각 기일이 도래했던 주택 32건 중 28건, 21일에는 27건 전체, 24일에는 38건 전체가 연기됐다.

또 전세 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자 주택에 대한 경매를 유예한 금융사 직원에 대해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많은 전세사기 주택이 추심업체에 넘어가 모든 물건에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 위원회에 따르면 파악된 전세사기 피해 주택 1787채 중 551채는 채권자가 대부·추심업체(440채)이거나 개인(111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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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사로부터 채권을 넘겨받은 추심업체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의 추심업체가 영세한 경우가 많고 경매 유예를 강제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매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연체 기간이 길어져 부실채권이 되고 금융사는 더 싸게 부실채권을 내놓아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추심업체로 넘어간 경우 피해자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 "금융사가 부실을 떠안아야 할 위험이 높은데 선의에 기댄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지적에 고심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 20일 "피해자 분들께 잠시의 시간은 벌어드렸지만 이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지 않도록 주거·생계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관련 부처와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등의 지원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27일 발의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 종합대책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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