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군단' NC의 에이스 에릭 페디(30)가 KBO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최근 위력을 떨치고 있는 이른바 스위퍼' 구종과 투심 패스트볼 등 압도적 구위를 뽐낸다.
페디는 25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 원정에 선발 등판해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삼진 8개를 솎아내며 3피안타 무4사사구 역투로 팀의 6 대 0 승리를 이끌었다.
NC 5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NC는 지난 주말 창원 안방에서 열린 롯데와 3연전에서 3 대 0으로 앞선 9회초 5실점하며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는 등 시리즈를 모두 내줬다.
하지만 페디가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날 페디는 최고 시속 150km에 이르는 투심(22개)과 146km까지 찍은 컷 패스트볼(43개), 체인지업(26개)과 커브(23개)로 KIA 타선을 잠재웠다.
특히 기록상 커브로 분류되는 스위퍼가 화제를 모은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등 메이저 리그(MLB)에서 유행하는 스위퍼는 상하는 물론 좌우까지 변화가 심해 타자들이 공략하기 까다롭다. '좌우를 빗자루질하듯 휩쓴다'고 해서 스위퍼라고 명명된 구종이다.
이날도 페디의 스위퍼에 삼진을 당한 이창진, 김규성 등 KIA 타자들이 손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 국내 최고 투수 안우진(키움)도 페디의 스위퍼를 배우고 싶다고 할 정도다.
경기 후 페디는 "팀이 어려운 순간 등판해 좋은 결과로 마무리해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NC 강인권 감독도 "선발 투수 페디가 팀의 1선발답게 7이닝 완벽한 투구로 승리를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페디는 스위퍼에 대해 "지난 비시즌 때 푸시 퍼포먼스라는 야구 센터에서 체인지업과 함께 배웠다"고 귀띔했다. 이어 "MLB에서는 타자들이 배트를 내리치는 성향이 강해 상하 또는 좌우로 무브먼트가 강한 스위퍼가 인기"라면서 "체인지업과 섞어 던지니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스위퍼도 위협적이지만 페디의 투심이 있기에 위력이 배가 된다. 페디는 사실 대부분 투수들이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 이른바 직구를 던지지 않는다. 투수들의 기본구로 통하는 포심은 공의 실밥에 검지와 중지를 교차해 잡는데 투심은 실밥 선에 손가락을 맞춘다. 떠오르는 포심과 달리 투심은 가라앉는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페디는 "어릴 때 야구를 투심으로 배웠다"면서 "이제 습관이 돼서 투심을 던지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포심도 던져봤지만 가라앉는 투심의 효과가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렇다면 페디에게 처음부터 투심으로 그립을 가르쳐준 사람은 누굴까. 페디는 "고교 시절까지 선수로 뛰었던 아버지에게 배웠다"면서 "어릴 적 캐치볼을 할 때부터 그렇게 배웠다"고 털어놨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유년 시절 습관이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잘못 배운 상황이지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페디는 "아버지는 위대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훌륭한 아버지인 것은 확실하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페디는 2014년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의 지명을 받았다. 2017년 빅 리그에 데뷔해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 454⅓이닝 21승 33패 평균자책점(ERA) 5.41을 기록했다. 워싱턴이 월드 시리즈 우승을 거둔 2019년 팀의 5선발로 활약한 페디는 지난해도 5선발로 6승 13패 ERA 5.81의 성적을 냈다.
그런 페디가 KBO 리그로 왔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다만 페디는 어깨와 팔꿈치 부상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페디는 "NC 트레이너(백경덕) 분들이 너무 잘 해줘 건강하게 던질 수 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페디가 다시 MLB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날도 보스턴 스카우트가 경기장을 찾아 관전했다. "그래서 잘 던진 게 아니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페디는 "MLB 스카우트가 나를 보러 왔는지 전혀 몰랐다"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빅 리그 복귀는 정말 희망사항"이라면서 "지금은 MLB에 신경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고 NC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승리로 페디는 시즌 3승 1패 ERA 0.58로 1위에 올랐다. 페디의 언터처블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