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경기도 안양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었다. 정규리그 챔피언 안양 KGC인삼공사에 맞서는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는 베테랑 슈터 허일영을 주전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허일영은 올해 6강 및 4강 플레이오프 6경기에서 평균 13.2득점, 4.3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54.2%(경기당 2.2개 성공)를 기록하며 SK의 무패 행진에 기여했다.
전희철 SK 감독은 6강과 4강에서 허일영을 조커로 활용해 효과를 봤다. 김선형을 필두로 가드 3명을 주로 활용하다가 추격이 필요할 때, 상대가 지쳤을 때 허일영을 투입해 팀 득점력을 강화했다.
전희철 감독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변화를 준 이유는 쓰리가드 라인업이 다소 불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6강에서 만난 전주 KCC와 4강에서 격돌한 창원 LG를 상대로는 3명의 가드를 동시에 투입해도 매치업상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KGC인삼공사에는 리바운드 능력이 탁월한 스몰포워드 문성곤이 있다. 문성곤의 공격리바운드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힘이 있다. 그래서 신장 195cm의 포워드 허일영을 중용하기로 했다.
1차전을 이틀 앞두고 선발 출전 통보를 받았다는 허일영은 "가드 3명으로 가면 문성곤을 매치할 때 작다 보니까 감독님께서 고민하시는 것 같았다. 이틀 전 운동하면서 감독님이 선발 라인업을 바꾸셨고 저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허일영은 28분 동안 출전해 3점슛 2개를 포함, 10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문성곤이 공격리바운드 3개를 잡았지만 총 리바운드는 4개였다. 1대1 공격 성향이 강하지 않은 문성곤을 허일영으로 매치한 판단은 수비에서도 효과를 봤다.
허일영은 "문성곤이 리바운드가 강해서 줄 건 줘야 한다"면서도 "최소한으로 잡을 수 있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3개를 빼앗겼지만 저도 1개를 빼앗았다. 득점에서도 팀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허일영은 "문성곤은 공격리바운드를 잡을 때 날아 들어간다. 그거 빼고는 저와 비슷하다"며 웃었다. 문성곤은 폭발적인 점프 능력을 앞세워 공격리바운드를 낚아채는 선수다. 그런데 허일영 역시 공격리바운드 능력이 좋다. 위치 선정 능력과 파워가 좋다.
힘겨운 싸움이었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일영은 "진짜 어떻게든 못 잡게 하려고 최대한 같이 붙어 있었는데 확실히 (문성곤이) 최고는 최고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1차전은 SK가 77-69로 승리했다. 자밀 워니와 김선형의 활약이 눈부셨다. 전희철 감독이 '몰빵 농구'를 선언한 가운데 워니는 23득점, 김선형은 22득점 12어시스트를 각각 기록했다. 두 선수의 쉴 새 없는 플로터 공세에 KGC인삼공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선형과 워니가 주도하는 '몰빵 농구'에서 허일영은 완벽히 맞아 들어가는 조각이었다.
허일영을 막는 수비수는 김선형 혹은 워니를 막기 위해 도움수비를 가지 못했다. 그의 슈팅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차원이 다른 스페이싱 효과로 문성곤의 발을 묶었다. 문성곤은 자타가 공인하는 KBL 최고의 수비수다.
허일영은 "문성곤이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아예 반대쪽에 서 있었는데도 붙어 있었다"며 "수비 폭이 굉장히 넓은 선수다. 여기저기 도와주는 수비가 좋은 문성곤을 잡고만 있어도 성공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 슈터를 완벽히 제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허일영은 빠른 공격 전개 과정에서 그리고 팀 공격리바운드 이후 혼잡한 상황에서 3점슛 기회를 잡았고 어김없이 성공했다.
"김선형에게서 파생돼 나오는 공격을 주변 선수들이 잘 도와야 한다"는 전희철 감독의 바람을 현실로 만들었다.
허일영은 "항상 하나만 와라, 계속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선형이 수비가 몰릴 때 항상 잘 봐준다. 김선형이 공격리바운드를 잡았을 때 제가 크게 불렀는데 그걸 또 봐줬다"며 웃었다.
그리고 허일영은 안양 원정에 강하다. 작년 챔피언결정전 안양 4차전에서도 13득점 활약을 펼쳐 팀 승리를 이끈 기억이 있다.
허일영은 "연습 때부터 슈팅 감각이 좋았다. 그리고 안양 체육관은 작년 챔피언결정전 때도 얘기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체육관 중 하나"라며 웃었다.
KBL을 대표하는 슈터 허일영의 통산 한 경기 최다 3점슛 기록은 7개다. 고양 오리온 소속이었던 2018년 11월 17일 정규리그 경기에서 3점슛 7개를 성공하며 25득점을 기록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상대는 KGC인삼공사, 장소는 안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