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이 발의하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안이 오는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연이은 사망 이후 정부와 여야 모두 속도감 있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넘어야 할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원희룡 "특별법 27일 발의…야당 전향적이라 국회 협조만 있으면 이번 주 통과 가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5일 서울 강서구의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점검한 후 "26일 정도면 특별법 발의를 위한 실무 준비를 마치고 27일에 발의가 될 것"이라며 "여당 원내대표단은 27일이나 28일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야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보니 법안 자체에는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굉장히 전향적인 (야당의) 입장 표명이 있었기 때문에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단이 협조만 해준다면 이번 주 내에도 특별법안 통과가 가능하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원 장관의 기대대로 정부안을 토대로 한 여당 의원 발의안이 27일에 발의되고, 28일에 처리가 된다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 될 전망이다.
법안 발의, 국회의 해당 상임위원회 접수와 전체회의 상정, 법안소위원회 심의·의결, 전체회의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본회의 의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하루 이틀 사이에 마무리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 주까지 잡혀 있는 국토위 일정…빨라도 5월 2일 이후 처리 전망
원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 특별법의 국회 통과까지는 원 장관의 기대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안이 27일에 발의되더라도 28일에 통과가 되기는 어렵다.
법안 상정을 위한 국퇴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여야 간사 간 합의로 오는 28일로 잡혔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여당안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 대표발의안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 대표발의안 등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안 3개 안을 비롯해, 전세사기 예방 관련 개정안도 3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이후 5월 1일 국토소위를 거쳐 5월 2일 전체회의에서 전세사기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자는 것이 간사 간 합의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전세사기 법안들은 아무리 빨라도 다음달 2일에나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다.
여전한 '우선매수·공공임대 vs 선지원 후구상' 구도…이견 지속 시 신속한 피해구제에 어려움
원 장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에 대해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부분은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 한 가지 뿐이다.
정부여당은 야당 법안에 담긴 선(先)지원 후(後) 구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고, 야당도 주거 안정만 해결하고 피해 구제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우선매수권 보장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유지 중이다.
원 장관은 "전반적인 사기 범죄에 대해 앞으로 '국가가 떠안을 것'이라는 선례를 대한민국에 남길 수는 없지 않나. 선을 넘으면 안 된다"며 경매에서의 우선매수권 보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 후 공공임대 방안 외에 다른 길이 없음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 채권을 인수하는 등의 직접 매입을 통해 경매 과정에 있지 않은 세입자 등 보다 많은 피해자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초부자 감세는 과감하게 해치우면서 극히 소액인 전세사기 피해 보상 예산에는 너무 인색하다"며 정부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때문에 자칫 여야가 특별법안 발의 이후의 토론에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