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결정 때마다 말하는 '고용', 우리는 왜 상대적으로 덜 말할까

인플레이션 주도, 미국은 노동시장 공급부족 VS 한국은 에너지, 원자재 등 2차 파급영향
안그래도 노동 공급 제약 요인 작은 한국, 고령층·여성이 저임금 서비스업에 노동 공급
그럼에도 노동시장 상황과 물가 간 관계 유의미, 고령화 따른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경계 필요성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여부 결정할 때 경기만큼 중요하게 다루는 게 고용 지표다. 금리 발표를 전후한 연준의 언급에는 항상 고용시장에 대한 평가가 붙어있다. 고용 수요(구인)가 공급(구직)을 초과했다는 의미에서 고용 시장이 '뜨겁다', '타이트하다'며 물가 상승을 설명하는 게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서 고용은 미국만큼 크게 다뤄지지 않는이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과 미국의 노동시장 상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공급(구직자) 부족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주요 물가상승 요인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고령층과 여성의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그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게 한은 서영경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분석이다. 25일 한은 노동시장 세미나에 참석한 서 위원은 '노동시장 상황과 통화정책적 함의'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팬데믹 이전 추세선을 상회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 노동 공급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노동 공급이 늘어난 이유는 고령층과 여성 주도로 고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일거리를 구하는 사람보다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이 많은 상황이 임금의 하방을 막아내며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치기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은 고용시장에 구직자가 계속 공급되면서 물가 상승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는 의미다. 이날 한은 오삼일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도 세미나에서 한국은 노동 공급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작다고 설명했다. 고용 비중과 고용·임금에 따른 가격 전가율이 높은 서비스업의 경우, 일할 사람을 찾는 구인(수요) 자체가 한국에서는 크게 늘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주요국 노동수급상황과 임금상승 압력'을 주제로 한 오 차장의 연구에서, 한국은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노동수급 상황에 기반한 물가 상승 압력이 낮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대신 한국에서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은 에너지·원자재 등 2차 파급영향인 걸로 조사됐다.


다만 노동시장 상황과 근원물가(식료품이나 석유류 등 변동성이 큰 물품을 제외하고 산출) 간 유의미한 관계 자체는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이므로, 노동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한은 이정익 조사국 물가통향팀장이 '한국과 미국 노동시장의 근원인플레이션 압력평가'를 주제로 한 발표의 핵심 경고다.

또 국내에서 고령화가 이뤄지는 속도가 빨라 중장기적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이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란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이날 한은 이동원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장이 '노동 공급의 추세적 변화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성 전기고령층(55~64세)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 추정된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건 인적자본의 축적과 생산성 등 질적 개선에 중점을 둔 고용정책이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팬데믹 기간 저부가가치 부문의 고용 감소로 개선됐다가, 최근 고령층·여성 위주로 저임금 부문에서 고용이 이뤄지면서 다시 질적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서 위원은 "앞으로 노동생산성 하락이 지속될 경우 저성장-저물가 체제로의 회귀가 불가피하고 통화정책적 부담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베이비부머 등 은퇴 근로자의 인적자본을 활용하고 여성 청년층 경력 단절을 방지하기 위한 보육정책 강화, 고부가서비스 이민자 개방 등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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