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우선매수권 부여 대책을 내놨지만 이미 주택이 낙찰된 피해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빠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당정, 전세사기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 특별법 발의 예정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여당과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에게 경매로 넘어간 주택의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임차인이 매입을 원하지 않는다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주택을 사들인 뒤 피해자에게 임대하는 방안도 법안에 포함됐다.
당정은 주택 우선매수권 행사를 희망하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취득세와 재산세 등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낙찰된 세입자는 적용 안돼…낙찰 취소 의사 밝혀도 불가
그러나 이들 대책은 전셋집이 아직 낙찰되지 않은 피해자에게만 적용된다. 이미 경매에서 낙찰자가 나온 주택의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 한다. 이를 놓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낙찰자가 피해자 사정을 고려해 낙찰 취소를 원할 경우에는 낙찰이 취소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전세사기 피해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주택 매입을 철회 의사를 밝히는 '선한 낙찰자'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인천지법 경매에서 '건축왕 전세 사기' 사건에 연루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를 1억 3000만원에 낙찰받은 경매인은 매수보증금 반환을 전제로 낙찰을 취소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숭의동 아파트를 지난해 12월 1억2000만원에 낙찰받은 한 경매인도 최근 피해 세입자에게 "이미 납부한 매입대금과 대출에 따라 부담한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면 낙찰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낙찰 취소가 가능한지 묻는 피해자들의 질의에 "현재 규정으로는 매각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낙찰이 취소되면 적어도 당장 집에서 쫓겨나지는 않을 수 있다"며 "정부가 생계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라도 벌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정부 "낙찰된 피해자 구제 방법 고심 중"
전날 인천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를 찾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경매가 이미 끝난 피해자들이 (지원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주택이 낙찰된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을 관계 부처 합동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세부 내용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