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년 만의 두 번째 미니앨범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 발매 하루 전인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태양의 음악 감상회(음감회)가 열렸다. 올해 1월 먼저 선보인 '바이브'를 제외한 신곡 '슝!' '나의 마음에'(Seed) '나는'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 '나이트폴'(Nightfall)까지 신곡 5곡을 '일부 듣기'가 아닌 '전체 듣기'로 취재진에게 최초 공개했다. 전 곡 작사에 참여한 태양은 한 곡 한 곡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총 6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나의 마음에'다. 태양과 쿠시가 공동 작사한 이 노래 가사에는 영어가 전혀 없다. 모두 한국어로만 채워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 음악의 황금기'를 1980~1990년대의 가요로 바라보는 본인의 취향이 반영됐다.
"지금 K팝이 정말 많은 글로벌하게 성공을 거두고 있고 많은 사람이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아름다웠던 K팝, 우리나라 음악의 골든 에라(Golden Era, 황금기)가 어디일까라는 것을 스스로 생각해 보면 80년대~90년대 때 나왔던 곡, 정말 가장 팝스러우면서도 한국적인 감성이 잘 녹아 있고 아름다운 한글로만 채워진 그런 노래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그런 감성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해석을 하면 너무나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곡 작업을 했고, 그렇게 나온 곡이 '나의 마음에'입니다. 이 곡은 제가 그동안 있었던 많은 생각들과 감정들 그리고 앞으로 제가 마주하고 싶은 어떤 모습들에 대한 그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가사로 녹여냈고요. 굉장히 서정적인 그런 멜로디와 담백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앨범명 '다운 투 어스'를 '초심으로 돌아오는'이라고 해석한 태양. 그에게 '초심'이란 무엇일까. 태양은 "제 입으로 초심이란 말을 얘기하는 게 사실 고민됐다. 예전에도 분명히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이런 얘기를 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초심이라는 단어 의미가 퇴색될까 봐 걱정했다. 제 의지보다는 지난 시간으로 인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초심을 (제게) 되돌려준 것 같다"라며 "초심을 생각하면 결국 겸손함이지 않을까. 제가 생각하는 겸손함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심'으로 돌아간 게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이에 태양은 "예전에는 음악 만들 때 데드라인(마감)이 정해져 있고 한창 활발히 활동하다 보니 누구보다 빨리 음악적 스타일, 트렌드를 많이 생각하고 사운드적으로 포커스를 맞췄던 것 같다. 좀 더 러시(서둘러서)하게 작업하기도 했고. 이번에는 이 곡이 담은 제 생각과 메시지에 더 포커스를 맞췄고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다"라고 답했다.
첫 번째 곡 '바이브'는 태양에게 "굉장히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이다. 어떤 계획을 갖고 지민과 협업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 곡 덕분에 새 앨범의 출발점을 분명히 할 수 있었다. 태양은 "이 곡이 세상에 나옴으로 인해서 제 앨범의 정확한 시기와 구성, 계획이 잡히게 된 것 같다. 제가 정말 오랫동안 활동을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곡으로 인해 제가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었기에, 너무나도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다. 또 BTS 지민이와 함께할 수 있게 된 너무나 특별한 곡"이라고 부연했다.
태양은 "'음악을 내가 이렇게 즐겁게 했었는데'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면서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을 하게 됐다. 그래서 앨범에 있는 다른 곡들을 만들 수 있게 물꼬를 트게 해 준 트랙"이라며 "여자 래퍼가 피처링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퍼포먼스까지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리사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너무 흔쾌히 기쁜 마음으로 응해 줘서 가장 빠른 시일에 만들어진 곡"이라고 밝혔다.
네 번째 곡 '나는'은 태양이 굉장히 좋아하는 70년대 소울 장르를 본인만의 스타일로 해석한 곡이다. 그는 "현재 제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어떤 질문, 그 사랑이 저한테 주는 많은 깨달음 등을 곡에 담았다. 굉장히 제 일상적인 생각이나 감성이 잘 녹아든 곡이다. 굉장히 아름다운 사랑 노래 느낌이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바라봤다.
래퍼 빈지노가 피처링한 '인스퍼레이션'은 70~80년대의 소울에 펑키한 사운드가 가미된 곡이다. 영감을 받았던 노래, 아티스트뿐 아니라 삶에 대한 자기 생각을 나열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는 태양은 '인스퍼레이션'을 통해 "저의 생각을 그대로 옮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빈지노와는 군 복무를 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은 특히 본인 감정과 생각을 풍부하게 녹인 결과물이다. 발라드, 힙합, 발라드 등 다채로운 장르를 넘나들었다. 그는 "이번 앨범 콘셉트는 사실 제가 지난 시간 여러 어려움, 힘든 일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태양이 뜨고 지는 노을, 석양을 바라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그런 제 마음과 지난 제 시간이 녹아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음감회에서 자주 등장한 태양의 '힘든 시간'은 언제를 의미할까. 그는 "군에 있는 상황에서 (주변에) 계속해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다 보니까 굉장히 답답했다. 전역하고 나선 코로나가 닥쳐서 쉽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활동할 수 없고 음악 하는 과정이 순조롭지 않게 되니, 그런 상황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다 보니 그런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 해온 게 멈춰진 거라서 사실 그게 힘들었다. 어떤 확실한 비전, 목적을 두고 뭔가 나아가기가 힘들었던 상황이 굉장히 힘들었다"라고 밝혔다.
"가수로서 가장 큰 영예는 앨범 내고 콘서트를 통해 팬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강조한 태양은 컴백 이후 여러 음악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고, 본인의 단독 콘서트도 계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앞으로 나올 앨범에 관한 여러 가지 비전이 생긴 것 같다"면서 "계속해서 앨범 작업을 이어가서 조금 더 빨리 팬분들한테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태양의 두 번째 미니앨범 '다운 투 어스'는 오늘(25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