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선생님의 해방일지·죽음의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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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교실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연구실에는 사람이 있었고 복도에도 아이들이 다녔다. 갈 곳이 없었다. 꼭대기 층 아이들이 없는 복도에 다다르자 참았던 감정이 꺽꺽대며 터져 나왔다. '이렇게 무너지는 건가….' 마음을 꽉 채운 슬픔은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 지우에게 쏟았던 정성이 눈물과 함께 펑 하고 터져버렸다. 1학기 동안 애쓴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교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회복과 삶의 의미와 존재를 체험해 가는 연장선이자 상처와 소진의 시간일 수 있다. 이 책은 그 두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아파한 교사들이 겪어낸 솔직한 마음과 치열한 성장의 여정을 통해 진심으로 원하는 변화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전하고 있다.

교사들의 첫마음, 사랑과 열정뿐 아니라 그 마음을 퇴색시킨 미숙함, 상처와 불안, 두려움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닫아걸고 매뉴얼대로 교직 생활을 이어가지만 그런 시간들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삶의 허기와 공허함을 마주한 교사들의 고백도 고스란히 담았다.

교육학 박사인 저자가 이끄는 버츄코칭리더 교사성장학교 출신 교사들의 회고록이자 일기다. 책은 아이들과 교실 현장에서 맞닥뜨리며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도 이전과는 다른 시선과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고 다독인인다.

권영애 외 지음ㅣ생각의길ㅣ264쪽ㅣ1만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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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마 노부오(小島信夫),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등과 함께 일본 전후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시마오 도시오(島尾敏雄)의 장편소설 '죽음의 가시'(死の棘)가 출간됐다.

1948년 '단독여행자'를 출간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시마오는 1960년부터 '죽음의 가시'에 수록되는 단편 연작을 발표하기 시작해 이듬해 그 일부를 동명의 소설집으로 출간해 제11회 예술선장(문예부문)을 수상했다. 17년간 발표해왔던 '죽음의 가시'는 1977년 12장으로 완결돼 장편소설로 출간됐다. 1990년 오구리 고헤이 감독이 동명 영화로 만들어 제43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전쟁 중의 극한적 체험과 존재의 본질을 추구하며 새로운 세계관과 인생관을 확립하려는 경향이 뚜렷한 전후문학의 특성은 '죽음의 가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 1944년 소위로 임관되어 아마미 군도에 부임해 어뢰정에 몸을 싣고 상대 전함에 돌결하는 '자살 특공대' 훈련을 반복하다 패전을 맞은 시마오의 경험은 그의 삶과 문학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처럼 자리하고 있다.

소설은 작가인 '나'와 아내 '미호'는 10년을 함께한 부부를 그린다. 남편의 불륜을 감지한 아내는 어느 날 남편의 일기를 보고 남편을 심문하기 시작한다. 유순했던 아내가 다른 사람처럼 변하자 남편은 잘못을 인정하지만 가족의 일상은 점점 무너져간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죠? 정말 사랑한다면 그런 짓을 할 리 없을 텐데요. 당신, 둘러대지 않아도 돼요. 날 싫어하잖아요. 싫으면 싫다고 해요. 그건 당신 자유니까 그래도 상관없어요. 분명 싫어했잖아요. 당신, 솔직히 말해봐요. 이번 만이 아니죠? 훨씬 많잖아요. 대체 몇 명의 여자와 관계한 거죠? 차 마시고 영화만 봤다 해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하나하나 세어봤다. 그때는 신나게 활개 치고 다녔지만 이제는 썩어 악취를 풍기는 어둠의 행위가 수북히 쌓인다. 그렇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생각이 안 나는 척 그냥 넘어간 것도 있다. 일일이 세어보니 좋지 못한 과거의 행태가 한둘이 아니라 스스로도 놀라 입을 다문다."

정신적 위기에 몰린 아내와 남편, 그와 함께 흔들리는 가족의 모습을 무서울 정도로 차분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1954년 10월부터 1955년 6월까지 작가의 가정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다룬 소설로, 부부는 이후 이 일을 둘러싼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을 각자 발표하기도 했다.

정작 소설에서는 현실과 달리 끝없는 다툼의 시간 속에서도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유대, 감정과 시간이 진정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시마오 도시오 지음ㅣ이종은 옮김ㅣ문학과지성사ㅣ568쪽ㅣ2만 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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