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의 과거사 사죄 요구와 관련해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를 갖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24일 WP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했던 국가들이 미래를 위해 협력할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일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것은 결정이 필요한 문제"라며 "설득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WP는 윤 대통령이 90분 가까운 인터뷰 동안 일본에 대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 길게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한국의 안보 사안이 너무 시급하기 때문에 일본과의 협력을 미룰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절대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와, 전쟁 중인 국가들 사이의 많은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불법 침공을 당한 상태이고 다양한 범위의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그러나 어떻게, 무엇을 지원하느냐는 문제에 있어 우리는 우리나라와 전쟁 당사국 간 다양한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 발언에 비해 다소 신중한 입장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살상 무기 지원 불가'라는 기존 정부 방침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목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일은 두 나라 국민들이 양국의 동맹과 그간의 성과에 대한 역사적인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도록 하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서는 "정말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라며 "무엇보다도 가치에 기반을 둔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WP는 한미 관계에는 미국의 안보 보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 커지는 핵 보유 요구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한국 제조업체 관련 반도체 법의 파장 등 여러 마찰 요인들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