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에서는 국내 최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꼽히는 나경복(29·198cm)이 유일하게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지난 13일 우리카드를 떠나 KB손해보험과 연간 8억 원(연봉 6억 원, 옵션 2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인하대 출신인 나경복은 2015-2016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우리카드에 입단해 그해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9-2020시즌에는 정규 리그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됐으며, V리그 베스트 7에도 2회 선정되는 등 정상급 실력을 뽐내고 있다.
나경복은 24일 군 입대하기에 KB손해보험의 즉시 전력감은 아니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경복이 팀의 전력을 한층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일 다가오는 2023 항저우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선발돼 금메달 획득 시에는 KB손해보험에 즉시 합류가 가능하다.
이외에는 남자부는 모두 집토끼 단속에 성공했다.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대한항공은 임동혁(24), 조재영(32), 유광우(38) 등 3명의 내부 FA를 모두 잡았다. 준우승팀 현대캐피탈 역시 허수봉(25), 문성민(37), 박상하(37) 등 3명과 모두 재계약을 체결했다.
KB손해보험은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 따라 A그룹(연봉 2억5000만 원 이상)에 속한 나경복의 전 시즌 연봉 200%에 해당하는 보상금과 보호 선수 5명을 제외한 선수 1명을 우리카드에 보상해야 한다. 이에 우리카드는 나경복의 FA 이적에 따른 보상 선수로 미들 블로커 박진우(33·197cm)를 선택했다. 우리카드의 보상 선수 지명을 끝으로 남자부 FA 시장은 마무리됐다.
'배구 여제' 김연경(35)을 여자부 보수 상한선인 7억7500만 원을 주고 붙잡은 흥국생명은 리베로 도수빈(25)도 잔류시키며 내부 FA 단속을 철저히 했다. 여기에 미들 블로커 김수지(36)까지 영입해 올 시즌 약점으로 꼽힌 높이를 보완했다. 올 시즌 아쉽게 놓친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챔피언 결정전 우승팀 한국도로공사는 주축 선수가 무려 5명이나 FA로 풀렸고, 3명을 붙잡는 데 만족해야 했다. 배유나(34), 문정원(31), 전새얀(27)은 잔류했지만 토종 에이스 박정아(30)는 페퍼저축은행, 베테랑 미들 블로커 정대영(42)은 GS칼텍스로 떠났다. 이후 외부 영입 없이 FA 시장을 마쳐 전력 누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도 전력 누수를 막지 못했다. 김연경 영입을 노리다가 그만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황민경(33)을 놓쳤다. 황민경은 IBK기업은행으로 향했다. 다행히 김연견(30), 황연주(37), 정시영(30) 등 나머지 선수들은 붙잡았다. KGC인삼공사 역시 한송이(39), 염혜선(32) 등 주전들을 눌러 앉혔지만 아웃사이드 히터 채선아(31)는 페퍼저축은행으로 떠났다.
반면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박정아에 이어 채선아까지 영입했고, 내부 FA 이한비(27)와 오지영(35)을 모두 붙잡았다. 특히 박정아와는 흥국생명에 잔류한 김연경이 받은 여자부 보수 상한선인 7억75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GS칼텍스는 정대영을 영입한 뒤 내부 FA 자원인 문명화(28), 한수진(24)을 모두 잔류시켰다. IBK기업은행은 김수지가 떠났지만 황민경을 데려와 전력 누수를 막았다. 여기에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 김희진(32)과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페퍼저축은행이 이번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올라 다음 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 현대건설 등 올 시즌 상위권에 오른 구단들은 집토끼 단속에 실패해 비상이 걸렸다. 이번 FA 시장의 결과가 다음 시즌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FA 시장에서 선수를 잃은 구단들은 남자부와 마찬가지로 보상 선수를 선택할 수 있다. 선수를 영입한 구단이 23일 보호 선수를 제시한 뒤 26일까지 3일 동안 보상 선수를 고민할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