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앱을 통해 어린 청소년들에게 접근한 뒤 4년간 성 착취물 3200여 개를 제작하고 추행까지 저지른 전 육군 장교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 착취물 제작 및 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을 내렸다.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교 임관 전부터 임관 후에도 장기간 범행에 이르렀고 피해자 수만 78명에 3200여개의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했다"며 "특히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군 장교가 이같은 사건을 거리낌 없이 저질렀다는 점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심각한 성적 수치심과 불안정,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대부분의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이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해자 69명에게 각 100만원씩 형사공탁한 점 등 미약하게나마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측 변호를 맡은 유승희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원하는건 '그런 사람이 다시는 사회에 나오면 안되는거 아니냐'는 의견이었다"며 "16년이라는 형이 씁쓸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모든 형을 살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고작 마흔살에 불과한데 이후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를 염려나 피해자들이 겪을 두려움을 생각하면 실망스럽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아동·청소년 피해자 73명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채팅 앱을 통해 어린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사진을 보내준 대가로 돈을 주는 수법으로 범행을 시작했고 점차 높은 수위의 사진과 영상을 요구했다.
범행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 5명의 성 착취물을 소지하고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추행하고 16세 미만 피해자 2명에게 성폭행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A씨는 영상물이 담긴 계정을 삭제했지만 포렌식 결과 A씨의 휴대전화와 외장하드에서 다수의 성 착취물이 발견됐다.
이날 재판에 앞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강원도여성권익증진상담소시설협의회 등 여성·시민단체들은 춘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만을 타깃으로 삼아 계획적으로 접근해 수년간 성 착취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검찰의 20년 구형은 악랄한 행위에 비해 너무나 가볍다"며 "가해자의 죗값에 맞는 형량은 무기징역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