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9일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의 파장이 이렇게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대만해협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도 있었죠.
러시아와 중국은 당연히 가만있지 않고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30년 공들인 북방외교가 위기에 처했다, 우리나라가 신냉전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이런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외교부 담당하는 김형준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죠. 이틀 전부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기자]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크게 두 가지 언급을 했었는데요, 먼저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외교부 양원빈 대변인이 어제 '부용치훼'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해서 '타인의 말참견은 허용할 수 없다'고 했는데요, 외교 당국자 입에서 나온 말치곤 상당히 무례합니다.
우리 외교부도 어제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며 맞받아치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까지 초치해서 항의했는데, 아까 임진수 특파원이 전해드렸듯이 오늘 중국 친강 외교부장이 "불장난을 하면 불타 죽는다"면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요.
사실상 윤 대통령을 노린 발언인데 외교라는 게 아무래도 어떤 위치의 누가, 어떤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만큼 수위를 살펴볼 때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이 됩니다.
[앵커]
그러게요, 그런데 중국만 있는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해서 러시아와 외교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대해 국군통수권자가 직접 변경 가능성을 밝혀서 주목받았죠.
러시아 대통령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이 '무기 공급을 시작한다는 건 개입을 의미한다'며 반발했고 이어 외무부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도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 적대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죠.
다만 우리 외교당국에서는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정식 항의한 것은 아니고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입장발표를 했고요, 또 우리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건 맞는데 영공이나 항만 진입 제한이라든가 현지인 채용 제한, 외교관 여권이나 비자 발급 제한 같은 건 안 하고 있다, 이 점에 의미를 두고 상황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 이런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국정의 모든 책임을 지는 최고 결정권자인데,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 최소한의 국민 동의나 의견수렴도 없이 독단적으로 발언을 했고요, 또 외교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앵커]
그러니까요. 정말 무엇보다 신중해야 할 외교 사안에서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이 문제가 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습니까. 덕분에 우리가 신냉전 무대의 한 가운데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이런 지적도 나온다고요?
[기자]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점이 바로 그건데요.
2010년대 미중 전략경쟁에서 시작된 신냉전이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발발로 이제 노골적이 됐다,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어요. 근데 사실 생각해 보면 러일전쟁이나 6.25 등의 역사적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반도는 항상 열강이 충돌하는 최전선이었습니다.
우리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건 사실인데, 중국과 러시아도 강대국이고 또 중국과 러시아가 더 지리적으로 가깝잖아요? 경제 규모가 최소한 조 단위로 얽혀 있어요. 수많은 국민들의 생계가 얽혀 있다는 뜻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뒤 미국, 조금 더 정확히는 일본의 고 아베 신조 총리가 제안해 만들어진 인도-태평양 전략을 따라가는 등 신냉전 구도에서 보다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했죠.
문제가 미국·일본의 전략적 이익과 우리의 전략적 이익이 비슷한 점이 있을 수는 있어요. 근데 차이점도 분명히 있단 말이죠. 중대한 사항을 결정할 때 국민 의견 수렴이라든가 치열한 토론도 이뤄지지 않았고, 또 우리가 그 대가로 받는 건 뭐냐? 라는 의문이 강하게 대두됩니다.
북한을 견제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도 문제인데요, 몇 년 전 박근혜 정부의 사례를 보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국이나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 자체는 알고 있었어요. 이른바 친중 외교라는 걸 펼쳤을 만큼, 실정과는 또 별개의 문제로 상황 관리에 대해서 인식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건 한반도 문제에서 거의 상식 수준의 얘기고요, 때문에 과거엔 6자회담이란 게 있었는데 이게 한미일 북중러 해서 6자입니다. 그런 것도 있었는데, 과연 우리가 이 두 나라랑 불편한 사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할 수 있겠느냐, 이런 얘기예요.
만약에,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지만 직접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엔 과거에 그랬듯이 우리가 치를 수 있는 굉장히 참혹한 대가도 문제인데 이걸 국제정치학에서 연루(entrapment)라고 표현을 합니다. 끌려 들어간다는 얘기예요.
북한대학원대 조성렬 초빙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미중간의 대결, 그리고 중국이 대만 침공을 할 경우 한반도가 제2전선화 위험성이 있습니다. 주한미군 기지를 중국군이 선제타격할 가능성도 있고요, 대만을 침공하기 전에 한반도의 분쟁을 야기시키고, 이걸 통해서 미군과 한국군의 전력을 한반도에 묶어 놓는 이런 부분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지적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이미 대외전략의 틀을 정한 만큼 결과적으로 우리의 안보나 경제는 신냉전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더욱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