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히, 소명했다"…'돈봉투' 강래구 구속 기로에(종합)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래구(한국감사협회장)씨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래구(한국감사협회장)씨가 구속 기로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11시 강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열고 구속 수사할 필요가 있는지를 심리했다.

윤 부장판사는 강씨에 대한 심문을 약 2시간45분 만에 종료하고 추가로 검찰과 변호인 측이 제출한 서면 등을 검토하고 있다. 강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또는 22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강씨가 압수수색 당시 연락을 피하며 수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공범들 사이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까지 포착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강씨 측은 검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1시 45분쯤 영장심사를 마친 뒤 법정에서 나온 강씨는 "조사를 열심히, 성실하게 잘 받았다"며 "아는 것을 이야기하고 소명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압수수색을 회피하려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는 "그건 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강씨는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할 때에는 송영길 전 대표의 인지 여부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강씨는 다만 취재진의 질문이 계속되자 "언젠가는, 언젠가는 말할 날이 있겠죠. 오늘은 성실히 받겠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송영길 전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강씨는 2021년 3~5월 민주당 당직자 등과 공모해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총 9400만원을 살포하는 등 금품 제공을 지시·권유하고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강씨가 9400만원 중 8천만원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강씨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300만원짜리 돈봉투 20개(6천만원)를 만들어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와 이정근 전 부총장 등을 거쳐 윤관석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역본부장들에게 총 1400만원이 전달되는 데도 강 위원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강씨는 아울러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재직하던 2020년 9월 공사 산하 발전소 설비에 대한 납품 청탁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에게 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법원이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강씨를 구속한다면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주요 피의자의 신병을 처음으로 확보해 수사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자금 조성과 이후 전달 과정, 최종 수수자를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지금까지 파악된 자금 규모 외에 추가 살포 자금이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건 9400만원이지만, 전부일지 추가 확인될지는 수사해 봐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사 진행 결과에 따라서는 추가 입건자들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혀 수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법원이 강씨를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검찰로선 수사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번 의혹은 '꼬리표' 없는 현금이 봉투에 담겨 전달됐다는 특성상 증거 확보 등 구체적인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