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학년 교사 75% "고교학점제로 줄어든 수업시간, 파행 운영"

전국중등교사노조 제공

고등학교 1학년 교사의 75%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따른 수업량 적정화 방침에 따라 수업 시수가 줄어들었지만, 여유시간이 파행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6일부터 16일까지 전국 고등학교 1학년 교사 1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5.3%는 '수업량 적정화'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20일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낸 '2023학년도 일반계고 입학생 교육과정 편성시 유의사항' 공문을 통해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전면시행을 앞두고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다양한 선택 과목 이수가 가능하도록 여분의 수업량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인문계고 1학년을 대상으로 수업량을 적정화하도록 했다.
 
수업량 적정화는 고등학교 3년간 이수해야 할 수업량을 204단위(2890시간)에서 192학점(2720시간)으로 줄이는 것으로,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올해 고교 1학년부터 도입됐다.
 
수업량 적정화에 따른 여유시간은 공강(空講·쉬는) 시간, 소인수(少人數·사람 수가 적음) 선택 과목,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공동교육과정 등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권장됐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자율학습을 시키는 등 파행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중등교사노조는 지적했다. 
 
수업량 적정화에 따른 여유시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학년·학급 특색교육을 시킨다'는 응답이 53.8%로 가장 많았고, '전체 자율학습을 시킨다'는 응답이 29.7%에 달했다. '전체 자율학습 실시'의 경우, 학생들의 동의나 선택권이 무시된 경우가 많고, 강제 자율학습이나 방과후수업 등으로 변질 운영되는 곳이 많았다.
 
경기도의 한 교사는 "전체 학생을 남겨야 하는데, 무조건 남겨 놓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지금 고민 중이다. 지역 학교 모두 눈치보기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교사들은 파행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복수응답)으로 '정규교육과정 이외에 교사의 시수 및 업무 증가(79.7%)'를 꼽았으며,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대한 업무 부담(60.1%)', '고교학점제 취지 왜곡(56.3%)' 등의 순이었다.
 
수업량 적정화 안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는 '교사 정원 확보 및 수업 시수 경감(45.6%)이 가장 높았고, 이어 '학생 공강 관리 지원 방안 마련(17.7%)', '단위학교 일과 시간 유연화(15.8%)' 등의 순이었다.
 
중등교사노조는 "해당 공문에는 여유시간을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활용하지 않고 해당 학년(학급단위 포함) 전체 학생을 하교 조치하는 학사 운영을 지양하도록 돼 있는데, 그 의미가 '해당 학년 전체 학생을 강제로 남기라는 의미가 아님'에도 일부 시도교육청 및 고등학교에서는 '해당 학년(1학년) 전체 학생을 사전 동의 없이 남겨' 자율학습을 실시하거나, 민주적 협의과정 없이 교사들에게 별도의 프로그램(자율학습 포함)을 운영하도록 하는 파행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송화 중등교사노조 제1부위원장은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기 위한 학교 현장 지원은 여전히 체감되지 않는 가운데, 전국 고등학교에서 수업량 적정화로 인한 여유시간의 파행 운영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며 "이제라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파행 운영에 대해 지도·감독 의무를 철저히 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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