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돈 좀 보내주세요" 날로 지능화하는 보이스피싱

오픈뱅킹·SNS 활성화로 가족·지인 사칭 범죄 기승
20대 사회초년생, 60대 이상 고령층 '타깃'
보이스피싱 피해금 빨리 빼돌려 환급률도 급감
인터넷전문은행 통한 범죄 두배 이상 '훌쩍'
금감원 "금융권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점 개선"

연합뉴스

지난해 가족과 지인, 공공기관 등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이 여전히 활개를 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뱅킹과 간편송금 등 금융거래의 편의성을 악용한 신종사기 피해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초년생인 20대와 금융사기 예방 정보에서 소외된 60대 이상 고령층의 피해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감독원이 20일 발표한 '2022년 보이스피싱 피해현황 및 주요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1451억원으로 전년(1682억원) 대비 231억원(13.7%) 줄었다.

피해자 수는 1만 2816명으로 전년도 1만 3213명 대비 397명(3%) 감소했다.

지난 2019년 정점을 찍었던 보이스피싱 피해금액과 피해자수는 감소 추세이지만 감소율은 둔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연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2019년 6720억원, 2020년 2353억원, 2021년 1682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오픈뱅킹과 간편송금 등 금융거래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악성 보이스피싱도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중 가족과 지인, 공공기관 등을 사칭하는 사칭형 범죄 피해액은 1140억원으로 전체의 78.6%를 차지했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아빠 돈 좀 빨리 보내주세요", "휴대폰을 잃어버려 전화가 안되니 이곳 계좌로 수리비 좀 보내줘요" 등과 같은 수법이다.

대출 편의를 봐주겠다며 접근한 대출빙자형 범죄 피해액은 311억원으로 21.4% 수준이었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비대면채널 이용이 증가하면서 가족과 지인을 사칭해 급하게 돈을 보내달라는 사기수법이 활개를 치고 있는 셈이다.  

또 메신저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신분증 사본과 은행계좌 비밀번호 등을 보낼 것을 요구하거나, 악성앱 설치를 유도 후 핸드폰을 원격 조종하여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수법도 증가했다.

피해금액은 연령대에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60대 이상 673억원(46.7%)과 50대 477억원(33.1%)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회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20대와 금융사기 대응력이 떨어지는 60대 이상 피해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급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2021년 129억원 수준이던 피해금액은 2022년 304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비대면 금융거래의 편의성을 악용해 인터넷전문은행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많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1인당 평균 피해금액은 2019년 1330만원에서 2020년 1290만원, 2021년 1270만원, 지난해 1130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오픈뱅킹을 통해 피해자의 다수 계좌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1인당 피해 규모가 2019년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거래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계좌에서 돈을 쉽게 빼낼 수 있어 피해금 환급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지난 2020년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률은 20년 48.5%로 절반 가까이를 되찾을 수 있었지만, 2022년에는 26.1%로 4명 중 1명만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

피해금이 단기간에 다수의 계좌를 거쳐 빠르게 이전되는 과정에서 신속한 지급정지가 어려워져 피해금 환급률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점점 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을 위해 신종 사기 수법에 대응한 상시감시 및 정보공유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금융회사의 노력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내부통제 수준을 평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출처 미상의 앱이 메신저 링크를 통해 금융소비자 휴대폰에 설치·작동되지 않도록 관련 업계와 악성앱 예방 기능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 스스로 충분한 물적·인적 설비를 갖추고, 내부통제 시스템상 미비점을 개선토록 하는 등 피해 감소 노력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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