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우크라 무기지원 가능성 시사…러 "전쟁개입"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주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처음으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간인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학살' 등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정부의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 나타낸 것이다.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면 확실한 전쟁 개입"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를 지켜 주고 원상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며 "전쟁 당사국과 우리나라와의 다양한 관계, 전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6·25전쟁 때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았던 점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방위와 재건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민간인 학살 등) 전제가 있는 답변"이라며 "(무기 지원 불가라는)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조건이 붙어있어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현재로서는 입장 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우리가 한국전쟁에서 도움받았듯이 도와줘야 할 상황이면 도와야한다는 차원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조건부라도 무기 지원 여지를 남긴 자체가 입장 변화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방미를 앞두고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가지를 고려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이고 전쟁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등도 고려한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온라인에 대거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 문건에서도 미국의 무기지원 요청에 대해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군 포탄을 제공하려면 정책을 변경할지 등을 두고 고심하는 대화 내용이 알려지기도 했다.

러시아는 "전쟁 개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물론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이것(무기 지원 시사)는 이 일환"이라고 반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 역시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의 적을 열렬히 도와주겠다는 새로운 자들이 나타났다"며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러시아 최신 무기를 보면 무엇이라 말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quid pro quo)"라고 보복을 경고했다.

러시아의 반응이 나온 직후 대통령실은 "러시아 반응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국내 정치적 이유로 서둘러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선거가 임박해 남북 정상회담을 활용하고 결국 남북 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일을 반복했다"며 "과거에도 남북 정상들이 만난 적이 있지만, 상당한 기간을 두고 단계를 밟아나가고 또 국민적인 지지를 받아가면서 물꼬를 텄다면 남북 관계가 거북이걸음이지만 꾸준하게 발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과 관련해선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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