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에드워드 호퍼와 함께 걸을까…국내 첫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 '철길의 석양' 1929. 캔버스에 유채 ©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서울시립미술관 2023년 해외소장품 걸작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가 오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과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작가의 첫 국내 개인전이다.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전 생애에 걸친 드로잉, 판화, 유화, 수채화 등 작품 160여 점과 산본 호퍼 아카이브의 자료 110여 점을 7개 섹션으로 나눠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 작가가 선호한 장소를 따라, 도시의 일상에서 자연으로 회귀를 거듭하며 작품의 지평을 넓혀간 호퍼의 65년 화업을 돌아본다.

'에드워드 호퍼' 섹션은 호퍼의 삶과 궤를 같이 하는 자화상과 뉴욕 허드슨강 인근 나이액 고향 집 풍경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호퍼는 고향 집에서 예술가의 꿈을 키우면서 '문명과 자연의 대비'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졌다. 작가가 고향 집을 떠올리며 작업한 '계단'(1949)이 대표적이다. 집은 문명을, 문밖 우거진 수풀은 자연을 상징한다.

에드워드 호퍼 '비스트로 또는 와인 가게' ©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다음 섹션은 '파리'로 이어진다. 뉴욕에서 삽화가로 일을 시작한 호퍼는 예술가의 꿈을 안고 당대 예술의 수도로 여겨졌던 파리로 향했다. 1906년부터 1910년까지 3회에 걸쳐 파리에 체류하며 도시 풍경과 파리지앵의 일상을 화폭에 옮겼다. 특히 파리 여행에서 돌아와 파리를 회상하며 그린 '비스트로 또는 와인 가게'(1909)는 기억 속의 파리에 상상력을 가미해 이전보다 훨씬 정돈되고 구성적이다. 호퍼가 유럽 미술의 영향에서 벗어나 현실과 환상 사이를 유희하는 독자적인 예술성을 구축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에드워드 호퍼 '맨해튼 다리' ©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뉴욕' 섹션은 호퍼만의 독특한 시각과 경험이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20세기 초 뉴욕은 메트로폴리스로 변모하던 시기다. 마천루가 형성되고 지하철과 철도에 이어 자동차가 보급됐다. 다리와 고속도로도 잇따라 건설됐다.

하지만 호퍼는 북적이는 도시 풍경보다 낡고 사라져 가는 19세기 건축물의 코너나 지붕 등에 관심을 가졌다. 또한 마천루의 수직적 스카이라인 대신 강변에 늘어선 아파트, 길게 뻗은 다리 등 수평 구도에 초점을 맞췄다. 다리를 향한 호퍼의 지대한 관심은 '맨해튼 다리'(1925~26)에서 볼 수 있다. 뉴욕의 면면을 담은 70점의 판화도 만날 수 있다.

'뉴잉글랜드' 섹션은 호퍼가 뉴잉글랜드 북동부의 메인주, 매사추세츠주 등을 여행하며 완성한 작품을 전시한다. 훗날 아내가 된 조세핀의 영향으로 수채물감으로 그린 뉴앵글랜드의 자연은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이다. 이 시기 호퍼의 수채화는 화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전업 작가로 전향하는 기회가 됐다.

'벌리 콥의 집, 사우스트루로'(1930~33) ©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뉴잉글랜드 지역의 매력에 푹 빠진 호퍼 부부는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 반도 남쪽의 트루로에 스튜디오 겸 집을 마련했고 매년 여름과 초가을을 이곳에서 보냈다. '케이프코드 일몰'(1934),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 등 호퍼의 기억과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벌리 콥의 집, 사우스트루로'(1930~33)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 백악관에 걸어놓았던 작품으로 유명하다. 호퍼는 나무 한 그루 없이 멋진 모래 언덕과 그 위에 형성된 작은 사막으로 이뤄진 시골 마을 사우스트루로에 애정이 깊었다고 한다.

에드워드 호퍼 '햇빛 속의 여인' ©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조세핀 호퍼' 섹션은 호퍼의 아내이자 촉망받는 예술가였던 조세핀(1883~1968)이 등장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조세핀은 호퍼의 전시 이력, 작품 판매 등 상세한 정보가 적힌 장부를 30년 이상 관리하는 등 매니저 역할을 수행했고, 호퍼가 사망한 후 2500여 점에 달하는 작품과 자료 일체를 휘트니미술관에 기증했다.

에드워드 호퍼, 조세핀 니비슨 호퍼 '작가의 장부 1권 ©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호퍼의 삶과 업' 섹션은 산본 호퍼 아카이브의 자료를 보여준다. 호퍼가 그린 각종 광고 삽화, 잡지 표지 디자인과 4권의 장부 그리고 다큐멘터리 '미국의 시각예술'(1965), '호퍼: 아메리칸 러브스토리'(2022)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19일 서소문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호퍼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모았다. 호퍼가 거장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쏟은 예술에 대한 열정과 그의 삶을 조망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에드워드 호퍼 '자화상' ©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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