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용소에서 '원격' 마약 유통한 조폭…무더기 검거[영상]



필리핀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된 조직폭력배가 원격으로 국내에 마약을 유통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수도권지역 조직폭력배 A씨 등 58명을 입건하고, 이 중 혐의가 중한 유통책 등 23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멕시코산 필로폰 3.5㎏을 국내로 들여와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밀반입한 필로폰은 12만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양이다.

A씨는 조직폭력배이자 마약 유통조직의 총책으로, 국내에서 마약 범죄를 저지르다 경찰 수사를 피해 2018년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현지에서 생활하던 중 2020년 9월 폭력 혐의 등으로 검거됐고, 현재까지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

A씨는 이민국 수용소의 허점을 노리고 원격으로 마약 유통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필리핀 이민국 수용소는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들이 추방당하기 전에 임시로 머무는 곳으로, 휴대전화 사용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A씨는 휴대전화만으로 '원격 마약유통'을 할 수 있었다.

A씨 일당이 기계 부품으로 속이고 국내로 들여온 톱니바퀴 부품 안에 필로폰이 들어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A씨는 국내에 있는 나이지리아 국적 밀반입책 B씨에게 연락해 필로폰 등을 유통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톱니바퀴 형태의 기계 부품 안에 필로폰을 숨겨 국내로 보냈다. 기계 부품 샘플의 경우, 즉시 사용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통관절차가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수용소에서 만난 외국인들과 교류하면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입국을 피하기 위해 수용소 안에서 폭행 등 범죄를 저지르면서 체류 기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씨로부터 마약을 공급받은 B씨는 A씨가 사전에 모집해 놓은 불특정 다수의 하위 판매책들에게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공급했다. 던지기는 특정 장소에 둔 마약을 찾아가는 유통 방식의 은어다.

A씨 일당이 건물 두꺼비집 등에 마약을 숨겨놓은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B씨 등은 마약을 소분해 에어컨 실외기나 물티슈, 건물 두꺼비집 등에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매수자를 검거하면서 유통책과 배송책 등을 모두 검거했다. A씨가 유통한 필로폰 약 2.6kg을 비롯 합성 대마 46팟, 액상 대마 13팟, 신종 마약 '포도(엑스터시+필로폰)'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A씨 국내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 판매책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당국과 A씨 송환을 조율하고 있으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마약류 범죄를 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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