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주당 '전대 돈봉투 사건'의 관전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스마트이미지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또 검찰의 손아귀에 붙들렸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이은 전직 대표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다. 검찰의 야당과의 전쟁은 일상사가 됐다. 내년 총선까지 검찰이 민주당을 붙잡고 늘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국민은 알 만큼 알게 됐다.
 
송영길 전 대표 시절, 전당 대회 돈봉투 사건은 당의 전직 사무부총장 휴대폰에 화석처럼 켜켜이 쌓여 있다. 정황이 구체적이어서 사실일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이쯤 되면 '빼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야당 탄압이란 구호를 내걸기가 민망해진 이유다. 어쩔 수 없이 이재명 대표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전당대회 돈봉투는 구태 중 구태다. 당사자들은 300만원에서 50만원 정도의 거마비나 회식비라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여야 정당들은 지난 20여 년간 정치자금과 뇌물 사건으로 셀 수도 없는 수사를 받아왔다. 대선자금 수사부터 개인 비리까지 매년 검찰 청사를 오고 간 정치인이 얼마나 많았던가. 티끌만한 부정한 돈거래도 있어선 안 될 시대가 이젠 되었건만 정당의 후진성은 국민들을 절망케 한다.
 
이정근 씨의 휴대폰은 검찰에게 야당을 수사할 수 있는 보고가 됐다. 이 씨 본인의 사기 사건으로 시작된 수사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첫째 사건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정근 씨를 CJ에 취업 청탁한 것이다. 이 사건은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돈 봉투 소리까지 녹음됐다는 노웅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수사다. 두 사건은 휴대폰에 녹취 된 개별 비리 혐의들이다.
 
드디어 세 번째인 전당 대회 돈봉투 사건이 터졌다. 검찰은 이번엔 야당 다수 의원을 동시 표적으로 삼고 있다. 민주당 정체성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범죄가 있었다면 분명히 '주범'과 '종범'이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처분도 갈릴 것이다. 이번 사안의 중대성은 이전 개별 사건들과 달리 민주당 내 조직적 비리 혐의에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두 세달 간 검찰은 민주당을 거세게 몰아 때릴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검찰 수사만 우두커니 지켜볼 수 없는 것이 민주당 현실이다. 유도나 레슬링 같은 상대가 있는 스포츠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것이 중요 기술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정치개혁의 '개'자도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당을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얘기가 아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앉아서 당하고 주저앉을 것인가. 검찰 수사를 역이용 해 민주당이 개혁의 첫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가 라는 중요한 순간에 이르렀다. 개혁 방향은 인적 청산과 함께 구태 정치를 여진히 작동케 한 대의원제 같은 정당 제도를 과감히 개혁하는 것이다. 그 이상일 것도 없고 그 이하일 것도 없다.
 
이재명 대표의 낙선과 인천 계양을 출마 책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지켜 본 이유는 그의 리더십 스타일 때문이다. 그는 늘 한 발 앞서 물줄기 방향을 잡아 왔다. 대권 후보가 된 이유이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에 포획된 뒤 이재명 개혁 방식은 맹탕에 가까웠다.
 
이정근 씨 휴대폰에서 제 4탄, 5탄의 수사 시리즈가 추가로 나올지 예단 할 수 없다. 또한 그 시기가 초가을 일지 연말 일지도 알 수 없다. 녹음이 2만 개 또는 3만 개에 이른다 하니 그것은 결국 검찰 손에 달려 있다. 한국 검찰의 가공할 권력은 그 손아귀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른다는 사실과 함께 사건의 자의적 취사선택권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맞대응 카드는 야당 탄압 구호가 아닌 오직 개혁만이 답이다. 이재명은 검찰을 역이용 할 때를 마주한 것이다.
 
검찰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과 관련해 12일 서울 의원회관 민주당 윤관석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

돈봉투 사건 관련,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관전법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정근 씨를 수사하는 부서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2부이다. 반부패 2부는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콘텐츠 의혹에 대해 최근 무혐의 종결 처분한 부서다. 또한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한 부서이기도 하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감감 무소식이라는 점을 살펴보자.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반부패 수사 2부 검사가 6.7명인데, 이정근 씨 수사 때문에 얼마 전 6명의 검사를 비공식 파견 받았다고 말했다. 야당 수사에는 그 갑절이 되는 검사 수사 인력을 파견 받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2부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에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검찰이 샴 쌍둥이처럼 한 몸으로 움직인다는 비난을 헛된 지적이라 치부할 수 없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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