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모범택시2' 신재하 '빌런 전성기' 이뤄낸 독기

배우 신재하.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전역 후 복귀작들이 '2연타 흥행'하면서 빌런(악역) 캐릭터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tvN '일타 스캔들'의 지동희 그리고 SBS '모범택시2'의 온하준 역을 연기한 배우 신재하의 이야기다. 신재하 스스로도 '군백기'(군 입대로 인한 공백기) 이후 이렇게 성공적인 복귀가 될 줄은 몰랐다. 올해 상반기 흥행 대표 드라마들에 출연하며 대중에 분명히 각인됐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두 드라마는 공교롭게 촬영 시기까지 겹쳤다. 신재하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마지막 후반부 두 달 동안은 그야말로 '지옥의 강행군'이었다. 촬영을 하면서도 '끝나면 100% 병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예상대로 신재하는 대상포진부터 독감까지 한참을 앓아 누웠다. 그럼에도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그는 단순히 '운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몇년 치 운을 다 끌어다 썼다'고 단언한다. 한 마디로 잘되려니 무엇을 해도 잘되더란 것이다. '일타 스캔들'부터 '모범택시2'까지 과연 '운'만 작용한 것일까. 작품을 보는 안목, 안전한 청춘물에서 벗어나 이미지 변신을 위한 도전, 전역 후 굳은 몸으로도 각기 다른 매력의 빌런을 소화한 독기.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신재하를 있게 했다.

조급하고 불안했던 20대를 지나 어느덧 신재하는 30대 초입에 서있다. '일타 스캔들'과 '모범택시2'는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20대의 '청춘'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선택한 두 작품들은 '자만'이 아니라 '자신감'을 심어줬다. 30대의 모든 시간이 지금처럼 흘러가길 바라면서도 대중이 기억하려면 자신이 꾸준히 '잘해야' 된다는 원칙을 잊지 않았다. 다음은 신재하와의 일문일답.

배우 신재하.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Q '일타 스캔들'부터 '모범택시2'까지 크게 사랑 받았다


A 두 작품 만으로 너무 감사한데 둘 다 잘돼서 기분이 진짜 좋다. 고생한 보람도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 같다. '모범택시2'는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가 공개되고 바로 다음주 방송이 사이비 종교 소재라서 '이게 이렇게 되나? 기가 막히네' 싶었다. 정말 잘 맞아 떨어졌다. 주변에서 '잘되려고 하니까 어떻게 하든 잘된다'고 했다. 정말 내 몇년 치 운을 끌어다 쓴 거 같다.

Q 공교롭게도 둘 다 반전이 있는 빌런 캐릭터였다. 연달아 맡게 된 것에 부담은 없었나

A 빌런에 중점을 두진 않았다. '일타 스캔들'은 군대 전역하기 전에, '모범택시2'는 전역 후에 제안을 받았다. 당시엔 방송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방영을 하게 됐다. 이틀 정도 차이가 있었고 동시에 촬영했다. 무조건 다르게 보여야 된다는 고민보다는 각자 내가 맡은 캐릭터로 보이는 게 우선이었다. '일타 스캔들'은 처음부터 악역은 아니었다. 최치열(정경호)을 지지해주고 싶어했지만 점점 그가 남행선(전도연)으로 인해 달라지니까 비뚤어지게 된 그릇된 사랑이었다. 사랑에도 여러 범주가 있지 않나. '모범택시2'는 처음부터 잠입해서 무지개 운수 멤버들을 호기심 있게 지켜보는 악역이었다. 감독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Q 한꺼번에 몰입했다가 끝나서 더 허전함이 컸겠다

A 촬영 후반부 두 달 동안은 하루도 못 쉰 적도 있다. 오히려 쉬는 시간이 없었던 게 다행이었던 거 같다. 잡생각을 할 여유가 없고 그냥 완전히 두 캐릭터에만 몰입을 해서 장점이 됐다. 끝나고 나서는 허전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너무 아팠다. 어렴풋이 아플 거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촬영 끝날 때 대상포진 걸리고 바로 독감까지 걸려서 한 달은 계속 병원에 있었다. 지금은 멀쩡하다.(웃음)

배우 신재하.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Q 두 캐릭터 모두 '사망 엔딩'인데 안타까워 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시청자 반응을 자주 봤는지


A 예상을 못했는데 반응이 그래서 내가 다 기분이 좋고 뿌듯했다. 아픈데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 집에 혼자 누워서 실실거렸다. 동희의 양면성이 드러났을 때는 생일보다 연락을 많이 받았다. 다들 몰입해서 '(남)행선이 눈에 눈물 나면 가만 안 둔다'고 하더라. 촬영이 다 끝났는데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동희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도 많았는데 동희를 많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 감사했다. 하준이도 참회하면서 죽는다. 개인적으로 죽었지만, 동시에 죽지 않았으면 했다.

Q '일타 스캔들'이 전역 후 첫 촬영이라 현장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렸겠다

A 진짜 아찔했었다. 첫 촬영 때는 '어떡하지.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군 복무 기간을 빼더라도 한 7~8년 동안 작품을 쉬지 않고 했는데 아예 어떻게 해야 되는 지를 모르겠더라. 데뷔 때보다 더 많이 떨었던 거 같다. 두 작품 촬영이 거의 끝날 때가 되니까 불안함이 조금 해소됐다.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그 전까지는 진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고민했다. (이)제훈이 형도, (정)경호 형도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경호 형의 대사와 차량 문 닫는 소리가 맞물리면 안되니까 내 대사를 하면서 치고 빠지면 됐는데 몸이 마음대로 안 되더라. 그런 경험을 하니까 너무 어려웠다.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장면이었던 거 같다.(웃음)

Q 현장에서 조언도 얻고 잘 지냈나 보다. 여러 선배들과 호흡한 소감은

A 일단 경호 형과 전도연 선배님은 너무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모든 스태프들과 허물없이 잘 지내신다. 함께 술도 마시고, 시간도 많이 보낸다. 그러면서 또 사적인 자리에서 나눴던 아이디어를 촬영하면서 녹여내는 노하우가 대단했다. 경호 형이 저와 10살, 도연 선배님이 20살 차이가 나니까 10년, 20년 뒤에 저분들만큼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범택시'는 제가 시즌1을 함께 하지 않아서 부담이 된 부분도 있었는데 어떻게 그런 호흡을 만들지 싶을 정도로 '티키타카'가 너무 잘됐다. 서로 캐릭터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자기 것을 가져가는 게 이런 방법이라는 걸 배웠다. 또 다음 시즌을 어떻게 더 발전시켜서 가져가는지 옆에서 보며 공부가 많이 됐다.

배우 신재하.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Q 군 입대 전의 작품들은 사실 빌런과는 거리가 먼 역할들이 많았다


A 청춘물을 많이 했다. 그런 이미지가 반전 포인트,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작가님이나 감독님이 생각해 주신 것 같다. 20대 당시 제가 만들었던 이미지가 '누군가의 동생'처럼 되게 어렸다. 그런 이미지를 환기시켜 줄 수 있는 기회였어서 두 작품 모두 정말 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제가 그런 이미지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냥 저에게 주어지는 역할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고 더 이상 마냥 어린 이미지는 배우 생활에 있어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Q 배우 신재하가 아닌 30대 신재하의 일상은 어떤지

A 주변 사람들은 제가 일중독이고 타이트하게 산다고 보더라. 작품을 쉬지 않고 하니까 당연히 그렇게 보일 수는 있는데 '귀차니즘'이 심한 사람이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말도 잘하고, 장난도 많이 치지만 혼자 있을 때는 게으름을 많이 피운다. 촬영 외 시간은 누워 있다. 운동은 진짜 필요한 거니까 어쩔 수 없이 매일 하지만, 솔직히 하기 싫다.(웃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 그 평화가 너무 좋다. 물론 배우 일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기도 했는데 에너지를 많이 쏟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성격 같다. 차분하고 조용히, 혼자 에너지를 채우는 걸 선호한다.

Q 시작이 너무 좋은데 30대 목표가 궁금하다

A 20대와 달리 불안감과 다급함, 초조함 이런 걸 좀 내려두고 싶었다. 30대 시작이 너무 좋아서 행복하고 이 마음이 좀 유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뿐만 아니라 30대의 모든 시간이 그랬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께서 저를 계속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당연히 잘하면서 좋은 결과,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실시간 랭킹 뉴스